재점화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쟁…핵심 쟁점은?

검찰 "국민 기본권 보호" vs 경찰 "견제·통제장치 충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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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타고 검·경 수사권조정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수사권조정안에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해외 일정 중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경찰 또한 문 총장의 주장에 대해 "견제·통제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입장을 내는 등 골이 깊어지며 향후 수사권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의된 수사권조정안을 토대로 앞으로 달라질 점,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보완수사 요구만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민주당 의원 9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2명 등 총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대표발의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조정안과 큰 차이는 없다.

큰 틀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과 검사를 협력관계로 규정했다. 경찰에는 1차 수사권과 1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된다. 검사는 수사지휘 대신 공소제기·유지에 필요하거나 경찰이 신청한 영장 청구 여부 결정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부할 시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가 발생할 시 사건기록 송부 등을 거쳐 시정조치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는 영장청구권을 부여하지는 않는 대신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각할 시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심의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해 객관성·중립성을 유지한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하고, 그밖에 사건을 종결할 시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했다. 검사는 이를 확인한 뒤 송부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반환해야 한다.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이 부당·위법하다고 검사가 판단할 경우에는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또 수사를 위해 지켜여 할 일반적 수사준칙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장 신청, 기소 단계를 비롯해 경찰이 수사를 종결할 시 검사에게 관련 기록을 보내는 만큼 견제장치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비대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보경찰의 막강한 정보력에 수사권까지 더한 경찰의 비대화가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주된 비판 논리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관들은 "개혁 대상인 검찰이 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재차 반발하며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경찰박물관 체험행사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경찰청 제공

민갑룡 경찰청장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경찰박물관 체험행사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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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관 된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조정

이번 조정안 취지가 검찰 권한을 덜어내는 것이라 검찰의 반발은 예견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논의에 등장하지 않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검찰의 반발이 거세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ㆍ법무부ㆍ검찰ㆍ경찰 등이 협의를 거쳐 마련ㆍ발표한 정부안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었다. 이후 국회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경찰이 제출한 의견이 논의됐고 최종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당시 경찰은 사개특위에 ▲경찰에 대한 검사의 징계요구권 ▲사건 종결 시 검사에 기록 복사본 송치 ▲검사 피신조서 증거능력 조정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징계요구권은 그대로 유지됐으나 2, 3번째 건의 사항은 받아들여졌다.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별다른 검증 없이 증거로 인정된다. 반면 경찰의 것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한 살인죄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였다"고 자백해 그렇게 조서가 작성되도 법원 공판 때 "난 죽이지 않았다"고 번복하면 조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반면 검사 조서는 같은 상황이더라도 증거로 인정된다. '진술만 받으면' 증거로 인정되는 만큼, 검찰이 밤샘조사 등 무리한 수사를 하게 하는 이유로 지목돼 왔다.


사개특위의 조정안이 확정되면 검찰의 직접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진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한 뒤 검찰로 송치하면, 검사가 다시 수사를 해 기소하는 그간의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조서 능력이 경찰과 같아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재수사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사를 받는 피의자ㆍ피해자ㆍ참고인 입장에서는 검ㆍ경 2번에 걸쳐 중복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정 사건을 제외하면,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자연스레 분리되는 효과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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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차이…변수는 '국민 공감대'

검·경 간 갈등은 결국 현재 수사권조정안이 담고 있는 견제 장치가 충분한가에 대한 시각 차이로 정리된다.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인 반면, 경찰은 영장·기소·종결 등 수사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단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는 만큼 중립적·객관적 통제방안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일단 문 총장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화두로 내걸었다. 향후 조직 논리보다는 검·경 수사권 보호에 반대하는 명분을 부각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 국가정보권까지 갖게 되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되는데, 경찰에 비대한 권한을 줬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검찰 조직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충분한 견제장치가 마련됐음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문 총장 주장에 대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의 입장자료를 보면 "현재 수사권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어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수사권의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수는 역시 수사권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수사권조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줄곧 수사권조정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검·경 어느 쪽에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는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수사권조정에 대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버닝썬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3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설문(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찬성'이 52.0%(매우 찬성 20.9%·찬성하는 편 31.1%), 반대 28.1%(매우 반대 14.6%·반대하는 편 13.5%)로 집계됐다. 그만큼 검찰이 큰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국민 시각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경찰의 부실수사·유착 의혹 등으로 불신이 커진 만큼 검찰이 얼마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경찰이 국민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수사권조정 국면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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