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복되는 산불, 공중진화 강화가 답

얼마 전 업무차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산림청 중앙산불상황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별도 공간에 차려진 상황실에는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상황 근무자가 전국 산불 발생 현황과 진화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산불상황실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날 전국적으로 발생한 10여건의 산불 진화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된 산림청 헬기가 중앙상황실의 지휘ㆍ통제를 받으며 질서정연하게 산불 진화에 나서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헬기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으로 산불 규모와 확산 방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헬기의 추가 투입 필요성, 지상 진화대 등 진화 자원의 배치와 주민 대피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또 이런 정보를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과 즉각적으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외국 산림 부서 공무원들이 부러워하는 최첨단 산불 대응 시스템의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이 같은 시스템이 없고 헬기가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발생한 산불을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진화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가 연일 계속되는 산불로 아침에는 최남단인 전남 해남군, 저녁에는 강원도 고성군으로 시시때때로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산림 헬기' 투자에 인색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헬기는 산불이 진화되더라도 재불 위험을 감안해 현장에 수일간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어렵게 일궈낸 산림의 울창함은 한순간의 대형 산불로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산불의 종류나 현장 상황에 따른 대응ㆍ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가령 산불이 대형화하는 결정적 인자는 기상, 그중에서도 초속 20m에 이르는 봄철 강풍의 영향이 크다는 게 현장에서의 중론이다. 이를 고려할 때 강풍이 부는 현장에서 산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대형급 진화 헬기의 확대 배치는 필수다. 산불 확산 방향에 있는 불 머리를 진화 용수로 신속하게 타격해 산불 진행을 저지하는 데 대형 헬기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재난성 대형 산불 대응 강화 대책의 초점이 2025년까지 대형 헬기를 47대로 확충하는 데 맞춰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산림청은 지난해 수리온 헬기 1대를 포함, 대형 헬기 2대를 확충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대형 헬기 2대를 추가 도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데 누구든 이견을 가질 수 없다. 또 예방에 이은 효과적 대처가 산불 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필수 요소가 된다. 이는 국가의 주된 책무다. 산불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형 헬기의 적시적소 배치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재난 대응의 일환이다.


정부는 최근 고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범정부적 재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기존에 없던 위기 대응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은 정부가 대형 헬기 확충을 포함해 강력한 공중 진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주원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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