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재개된 판문점 JSA 남측 지역 견학
북한 군인 3명, 잠깐 나와 南관광객 촬영하기도
문재인·김정은 대화 나눈 '도보다리' 첫 민간공개
권총 휴대하지 않은 35명의 민사경찰이 경비
유엔사 경비대대장 "판문점은 이제 평화 분위기"
기대 모았던 자유왕래는 요원…北 논의에 소극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앞이 내외신 기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남북의 군인들 표정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무기를 내려놓고 있으니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을까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남측 지역 견학이 1일 재개됐다. 견학 재개 첫날 민간인 신분으로 이곳을 찾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단 정일영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오랜만에 판문점에 다시 와봤다"며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 판문점 JSA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 앞은 일반 관람객 20여명과 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정부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JSA 남측 지역 견학을 재개한 것은 지난해 10월 JSA 비무장화 조치에 따른 안전 문제로 견학이 중단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입구에 비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시 찾은 JSA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북측 판문각을 등진 채 남측을 바라보며 부동 자세로 서 있는 경비대원들은 권총은커녕 방탄 헬멧도 쓰지 않았다. 남북이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JSA 비무장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남북과 유엔사는 남북 9·19군사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JSA에 남아있던 지뢰를 모두 제거하고 남북 초소 9곳과 병력, 화기를 철수시켰다. 대신 JSA 자유왕래에 대비해 JSA 북측지역에 남·북 초소 1개씩을, JSA 남측지역에도 남·북 초소 1개씩을 설치했다.
현재 판문점 경계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35명(민사경찰)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헌병'이 아닌 '민사경찰'이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근무할 예정이다.
1일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북한 군인 3명이 북측 지역에서 남측 관광객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북측에선 경비대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았지만, 관광객과 기자들이 나타나자 북한 군인 3명이 판문각 밖으로 나와 남측 기자단을 촬영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측은 현재 민사경찰 완장을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학 재개 첫날인 이날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81명이 이 곳을 찾았다. 군 관계자는 "5월은 검증된 시민들에 한해서 하루 4팀, 최대 82명의 관람객이 견학을 할 수 있다"며 "6월 공식적으로 견학이 시작되면 내국인과 외국인 각각 4팀씩 하루 8팀(320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도보다리와 공동 기념식수 장소도 경험할 수 있다. 하늘색 도보다리는 지난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산책 후 대화를 나눈 곳이다. 이날 도보다리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의 모습과 감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하늘색 커버가 덮여 있었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어제부터 공사가 진행돼 완전 개방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람객들은 도보다리 끝에 위치한 녹이 슨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보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T3(군사정전위원회소회의실) 옆에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심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관람객 김정수 시민단체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는 "(도보다리에서) 남북정상이 한반도 운명을 바꾸는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하니 감동이었다"며 "한편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체험을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판문점에서는 평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북측 경비단에게 손짓이나 말을 하지 말라"거나 "정치적 발언을 삼가달라"고 강조했다.
또 국군 장병들은 지난 2월부터 전투복 어깨에 흰색 바탕의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지만, 이곳 경비대원들은 여전히 국방색 태극기를 사용했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JSA는 작전지역인 만큼 유사시를 대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방색 태극기를 계속 달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션 모로우 유엔사 경비대대장(미 육군 중령)은 "긴장감이 감돌던 판문점은 이제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이곳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대한민국 국민이 볼 수 있게 돼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북측 판문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JSA 남측 지역 견학 재개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 바뀐 판문점의 분위기를 국민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초 예정됐던 'JSA 자유왕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ㆍ북ㆍ유엔사는 지난해 11월 비무장화 조치를 완료한 후 남북 방문객들이 JSA 전체 지역을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유엔사는 자유왕래가 실현될 경우 귀순자나 안전사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북한과 합의한 규칙안이 제정돼야만 자유왕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는 중국·러시아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100여명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남측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북측은 지난 7개월간 견학을 중단한 남측과 달리 계속해서 관람객 JSA 견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견학은 고(故) 장명기 상병 추모비 앞에서 마무리됐다. 장 상병은 1984년 소련 민간인을 쫓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숨졌다. 모로우 경비대대장은 "장 상병은 다른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이라며 "우리가 현재 평화의 길로 가고 있지만 어떻게 현재까지 오게 됐는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故) 장명기 상병 추모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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