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이마트 행사 재탕 논란에 '내홍'…가격경쟁 밀릴까 고심

가격전쟁에서 내건 '가격혁명' 2010년 이마트 행사명과 동일
캐치프레이즈 놓고 내분 확산…초저가 전쟁 기선제압 실패
부진한 영향 환경·리츠 상장 철회까지 더해져 고심 깊어져

홈플러스, 이마트 행사 재탕 논란에 '내홍'…가격경쟁 밀릴까 고심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른 마트들이 전사적으로 '국민가격(이마트)', '극한도전(롯데마트)' 과 같은 시리즈들을 밀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를 놓고 내분이 확산되면서 가격경쟁에서 기선제압에 실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900원 청바지, 5000원 치킨, 반값 한우 등으로 최근 이슈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타사를 견제하고 집객을 유도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지난 달 '가격혁명'이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다른 마트들이 온ㆍ오프라인에 걸쳐 대대적으로 자사 행사를 홍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홈플러스는 매장에 비치되는 일부 전단에 일부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조용하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 홈플러스가 들고 나온 가격혁명은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경쟁이 한창 격화되던 2010년 이마트가 '대한민국의 물가를 내리겠다'며 야심차게 진행했던 행사명과 같다. 당시 이마트 마케팅부문에 있던 임원이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행사명과 콘셉트가 그대로 재탕됐다.


홈플러스, 이마트 행사 재탕 논란에 '내홍'…가격경쟁 밀릴까 고심 원본보기 아이콘

무엇보다 이마트가 과거에 했던 가격혁명은 2010년을 뜨겁게 달군 마트업계 '10원전쟁'의 불을 지핀 이벤트다. 당시 이마트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를 콕 찝어 그보다 가격이 더 낮다고 홍보했고 발끈한 이들 마트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이후 10원 전쟁은 마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지만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이런 행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컸다. 행사가 강행됐음에도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마트가 연초부터 꾸준히 격주로 삼겹살, 전복, 쭈꾸미 등 '핫'한 국민가격 상품을 내놓고 있고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쿠팡을 콕찝어 비교하는 '극한가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에 비하면 홈플러스는 매년 진행한 3월 창립할인 '쇼핑하라'를 제외하면 초라하다.


홈플러스가 이마트 행사를 재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홈플러스의 '쇼핑 블랙버스터' 행사 역시 이마트가 창립행사로 직전월에 했던 '블랙이오'와 비슷하다. 이마트는 11월 블랙이오 행사의 반응이 좋아 올해에는 비수기인 4월에도 동일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창립행사가 진행되는 3~4월에 뒤쳐질 수 없는 이마트는 국민가격과 블랙이오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부진한 영업환경과 전격적인 리츠 상장 철회 등으로 침체된 홈플러스는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마트업계 가격경쟁에까지 기선제압에 실패하면서 고심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잇따라 온ㆍ오프라인 최저가를 선언하면서 이커머스 업계에도 일종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심화되는 내홍을 수습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송도점 주차장 단열재가 무너져내리는 사고로 홈플러스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악재도 겹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서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크다"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공격 마케팅을 강화하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뒤쳐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이마트 행사 재탕 논란에 '내홍'…가격경쟁 밀릴까 고심 원본보기 아이콘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