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도 못 녹인 '거래절벽'…시장안정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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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봄 이사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시장 위축으로 급매를 앞세운 일부 거래만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이 정부가 평가하는 '안정된 시장'의 모습인지 짚어볼 시기라며 거래를 동반한 가격 안정을 이루기 위해선 규제 일변도 정책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220건을 기록했다. 올 들어 처음 2000건을 웃돌았으나 회복 수준은 9ㆍ13 대책 여파로 거래 절벽이 이미 시작된 지난해 12월(2277건) 정도로 미미했다. 봄 이사철 거래량이 반짝 회복하는 듯 했으나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한 것이다. 지난 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4월 거래량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조사 이후 4월엔 2010년(3630건), 2012년(4025건)을 제외하고 거래량이 5000건을 밑돈 적이 없었다.

업계에선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채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바라보며 '시장 안정'으로 평가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7년까지 10년간 서울 주택시장 거래 건수는 14만6669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아파트 거래는 8만1977건에 달했다. 서울 지역 거래 건수를 주택 재고 수로 나눠 계산한 거래율은 6.1%였다. 금융위기 이후 하락기와 최근 상승기 구간을 포함하는 2008~2017년 연평균 값을 '1'로 봤을 때 서울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거래율은 '0.930'으로 평균에 근접했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 안정화된 올해 1~2월엔 거래율이 '0.109'로 평균값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최근 하락은 소수 급매 거래로 나타난 결과로 시장 연착륙이나 안정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을 뿐더러 경착륙 위험 요소도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거래절벽은 봄 이사철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 1864건, 2월 1574건으로 크게 위축됐다가 3월(1784건), 4월(2220건)에도 역시 소폭 개선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거래량을 담보하는 가격 안정 단계로 가기 위해선 규제 일변도 정책에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국가경제운용시스템에 기반해 규제 수준을 재점검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택 규제를 개선, 지역 맞춤형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거래량 감소가 시장 전반의 침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통상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 가격의 5~6%는 냉장고를 바꾸든 인테리어를 하든 어떤 형태로든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거래량이 10% 줄면 가계소득 역시 약 6% 줄어든다는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현재 거래량 감소에 대한 시장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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