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미 비핵화 협상 중심지 '급부상'

비건 대표, 북러 정상회담 관측 속 방러
러 지렛대 삼아 北 압박 예상
북·러 회담 확정적‥정부도 정보 수집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도 그 판에 뛰어들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7~18일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방문 시점이 김 위원장의 방러설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방지하는 한편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비핵화 결정을 압박하기 위한 방문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의 모스크바 방문은 6개월 만이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유럽과 중국을 방문하면서도 러시아에는 들르지 않았다. 이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과 대비된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 러시아 측에 북ㆍ미 회담 결렬과 관련한 사항을 전달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건 대표의 러시아행은 중국 방문 시와도 큰 차이가 있다. 중국 방문 시에는 사전 예고 없이 언론 보도로 방문 사실이 알려진 후 공식 발표가 이뤄졌고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러시아는 중국만큼 경제적으로 북한의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량이 올해 들어 급증해 주목된다. 16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월 약 5976t, 2월 약 4382t의 정유제품을 각각 북한에 이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북 수출량(약 2250t)의 약 4.6배에 달한다. 특히 2개월 사이에 지난해 수출량(2만9237t)의 3분의 1을 넘어선 셈이다.

공식 보고 물량 외에 선박 간 환적 방식 등으로 북한에 불법 제공되는 러시아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그 양이 적지 않다. 제재의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미 재무부는 러시아 선박 6척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97호)에 따르면 1년 동안 전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된 정유제품은 총 50만배럴에 그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은 이제 설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7차 한ㆍ러시아 전략대화에서 북ㆍ러 회담이 추진되고 있음을 전달받았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보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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