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북ㆍ미 대화를 견인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1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발언은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괄타결식'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의 입장이 변하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기 수확'의 가능성은 훨씬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에 여지를 둘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의원(공화)의 질의에 답하면서 나왔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가드너 의원의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경우'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줄곧 일괄타결식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미국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제재 완화에 대해 힌트를 던져준 것이다.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 북한을 압박하던 상황에서 다시 대북 협상 파트너인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으로 반전된 측면도 있다.
특히나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까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라고 언급하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 대신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진정한 위협(true treat)'이라고 비난하며 화살을 돌렸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폼페이오 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발언으로) 대북 제재에 재량권을 남겨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10일 노동당 전원회의,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여는 북한에 대해 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의도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연속적 조기 수확'과 굿 이너프 딜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일부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질 경우 '톱다운'식 비핵화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 북한, 베네수엘라 문제 등을 처리할 것"이라면서 외교 현안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협상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
문제는 북이 얼마나 실질적인 진전을 내놔야 조기 수확이 가능하냐다. 미국도 납득하고 북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회담 후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제재에 여지를 두고 싶다면서 "때로는 비자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비자 제한 완화가 거론된다. 과거 해외 파견 노동자는 북한의 중요한 외화 벌이 해법이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8월 북한의 해외 노동자 신규 송출을 제한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24개월 이내 귀환 조치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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