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속도조절' 나선 허인 KB국민은행장

1분기 中企대출 순증액 1928억 그쳐…신한銀은 2조6099억
"가격 앞세워 무리한 출혈경쟁 안한다…적정 성장 통한 건전성, 수익성 초점"

기업대출 '속도조절' 나선 허인 KB국민은행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KB국민은행이 기업대출 영업에서 '속도조절'에 나섰다. 소호(SOHO) 대출 시장을 놓고 연초부터 시중은행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공격적인 대출자산 확대를 지양하기로 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가격을 앞세운 출혈경쟁보다는 적정한 성장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3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8조1957억원으로 전월 대비 2496억원 줄었다. 통상적으로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12월을 제외하고 국민은행의 월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석달간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도 1928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조6099억원, KEB하나은행은 1조8243억원, 우리은행은 1조7670억원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분기 2조7640억원, 연간 총 8조9359억원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한 것에 비춰보면 부진한 성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소호보다 중소법인의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치를 더 높게 잡았다"며 "다른 은행의 영업 전략에 휩쓸리지 않고 당초 세운 목표에 기반해 영업을 전개하다 보니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적었지만 2분기에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기업대출 영업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허인 국민은행장의 "무리할 필요 없다"는 경영 전략적 판단이 기반이 됐다. 허 행장은 우량 중소법인이나 소호 확보를 위해 낮은 이자 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둔화 리스크가 높아지는데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무리한 영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대출 금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4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는 국민은행이 4.19%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기업은행 3.94%, 우리은행 3.92%, 하나은행 3.73%, 신한은행 3.66% 순이었다.


국민은행의 대출금리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말 대비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금리가 0.15%포인트 상승해 우리은행(0.17%포인트 상승) 다음으로 높았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0.06%포인트 상승했고, 서울시금고 유치로 여유자산을 대거 확보한 신한은행은 오히려 0.03%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성장 목표를 8조5000억원(중소법인 3조5000억원, 소호 5조원)으로 잡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무리하게 목표 달성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낮은 이자, 즉 가격을 앞세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까지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과도한 성장이 아닌 적정한 성장을 추구하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 수익성과 건전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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