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유해용 측 "檢 조서 증거능력 인정 위헌"

檢 "형사법 세미나도 아니고…" 반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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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53)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대변인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위헌인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날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해당 법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 피고인에 의해 부인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05년 헌법재판소가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변호인은 "수십년간 당연하다는 듯이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해 왔지만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검사의 조서로 재판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 차례 헌재가 이 부분을 다뤘지만,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바뀌면 충분히 다른 결론도 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측은 검사의 피의자 출석 요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아무 제한 없이 검사의 출석요구권이 규정돼 있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라며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피의자 신문의 횟수, 시간, 방법 등에 대한 절차적 제한이 없는 만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측은 또 검찰의 공소 내용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법관이 예단을 가질 서류나 물건 등은 첨부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변호인은 "김영재 원장의 특허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이 많았다'고 기재됐는데 유 변호사의 공소사실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며 "검찰이 공소장에 증거와 사실관계만 적지 않은 건 여사기재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재판 절차상 공소사실 범위와 공모관계 등에 대한 기재만으로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고 반박했다.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주장 등도 매우 이례적이고, 공판 진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이 형사법 세미나도 아닌데, 형사소송제도의 개선을 논하는 장으로 만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피고인의 죄책을 논하는 심리의 장으로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사건이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18년 2월 퇴직하면서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검토보고서 등을 변호사 사건 수임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출한 혐의도 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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