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판결 D-1]9명 중 6명 동의해야 '위헌'…효력 즉시 상실

헌법불합치 절충안 될 수도

12주 이후 처벌 수용 한정위헌도

[낙태죄 판결 D-1]9명 중 6명 동의해야 '위헌'…효력 즉시 상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7년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달라진 국민 정서나 재판관 구성 그리고 의학계·종교계 의견을 모두 감안한 '새로운 판단'은 위헌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헌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으로는 단순한 합헌·위헌뿐 아니라 헌법불합치·한정위헌 등 여러 방식이 거론된다.


우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으로 판단하면 낙태죄는 효력을 즉시 상실한다. 유남석 헌재소장,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은 낙태죄 위헌 취지 의견을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낙태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의 판단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위헌 판결 이후에는 기존에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을 수 있다.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따라 낙태한 임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 받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합헌 판결이 있던 2012년 8월 이후부터 2019년 현재까지 낙태죄로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내려진 경우는 29건, 벌금형은 49건이다. 아울러 낙태죄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무죄' 판결로 종결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낙태죄와 관련해 새로 넘겨진 사건은 8건이다.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된 해는 2016년으로 총 24건이었다.


[낙태죄 판결 D-1]9명 중 6명 동의해야 '위헌'…효력 즉시 상실


헌재는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위헌이라고 판단은 하지만 현행 법을 유지한 채 시한을 정해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형태의 주문이다. 이런 판단은 해당 법이 효력을 상실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내린다. 헌법불합치도 재판관 6명 이상의 의견으로 정해진다. 국회에 제시한 시한이 끝나면 낙태법은 효력을 잃는다.


현행 규정을 그대로 두고 '낙태 처벌 대상에 12주까지의 태아를 포함해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식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현재 해외 사례 등에 따라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임신 12주 이후에는 처벌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데, 헌재가 이 방식을 수용하려면 한정위헌으로 판단하면 된다. 한정위헌도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단순 위헌이 3명, 한정위헌이 3명이라도 한정위헌 판단으로 본다.

반면 재판관 4명 이상이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현행 법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헌재가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 전 급하게 선고일자를 잡은 것으로 미루어, 합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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