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야근하고 싶어요"…'아이폰 시티' 정저우의 그늘

정저우(鄭州) 폭스콘 공장단지 F구역 인근에 위치한 식당 내 모습. 인근 식당 대부분이 주문과 즉시 음식이 나올 수 있는 면 요리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돼 있다. 가격은 그릇당 8~9위안.

정저우(鄭州) 폭스콘 공장단지 F구역 인근에 위치한 식당 내 모습. 인근 식당 대부분이 주문과 즉시 음식이 나올 수 있는 면 요리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돼 있다. 가격은 그릇당 8~9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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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저우(중국)=박선미 특파원] 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애플 아이폰의 조립, 생산공장이 중국 내 최대 규모로 밀집해 있는 허난성 정저우(鄭州) 폭스콘(富士康) 공장단지 F구역 출입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남자 직원들은 회사 로고가 적힌 검은색 점퍼를, 여직원들은 핑크색 점퍼를 입고 굳은 표정에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향한 곳은 길 건너에 있는 작은 식당가였다. 식당가에 들어서니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촐해 보이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부분이 주문과 함께 바로 나오는 면 요리인데 보통 그릇당 8~9위안(1300~1500원), 가장 비싼 것이 13위안짜리였다. 기자와 동행한 여직원 장(張)씨도 다른 직원들처럼 8위안짜리 국수를 주문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성찬이라고 했다. 식당 밖에는 노점에서 3~4위안짜리 전병으로 점심을 때우는 직원들도 많았다.


일반적인 폭스콘 공장 직원들은 아침 7시에 출근하면 11시부터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공장단지가 큰 탓에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40분 안에 먹고 쉬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요즘엔 도통 야근 통보가 없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장씨는 야근이 하고 싶다고 했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가. 식당가 초입에 위치한 마트의 주인은 가게를 찾는 직원이 2~3년 전에 비해 7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가. 식당가 초입에 위치한 마트의 주인은 가게를 찾는 직원이 2~3년 전에 비해 7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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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내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다 이곳으로 장소를 옮겼던 4년 전만해도 아이폰 생산량이 많아 초과 근무수당을 챙길 기회가 잦았다고 했다. 아이폰 주문 감소로 폭스콘이 큰 타격을 입어 지금은 생산량이 줄고 인력마저 줄이는 분위기여서 '칼퇴'는 일상이 됐다.


그래도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간간이 초과근무 기회가 있어 일주일에 80시간 정도 일하면 한달에 월급 4000위안(약 6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는데 요즘은 통 야근이 없어 주당 50시간 남짓을 일하고 3000위안을 벌어간다고 했다. 장 씨는 "초과근무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콧대' 높던 아이폰 가격이 인하되고 있을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그마나 지금의 월급도 더 줄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직원 숙소는 조건이 열악하다고 하소연했다. 따로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보통 한 방에서 6~8명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월 150위안(약 2만5000원)에 고단한 몸을 잠시 쉴 수 있는 장소 정도라고 했다.


아이폰 생산이 급감하면서 휘청거리는 건 폭스콘 공장과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인근 상권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었다. 식당가 초입에 위치한 한 마트 주인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점심때 마저도 한산한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공장단지 F구역과 가장 가까운 유일한 식당가지만 어림잡아 2~3년 전보다 이곳에 오는 직원이 7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수입 급감은 마트 주인의 최대 걱정거리 중 하나다. 지금은 한달 5000위안 정도를 버는데, 2~3년 전은 이보다 4배나 더 벌때도 있었다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아쉬워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 내 모습

폭스콘 정저우 공장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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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공장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직원모집 사무소 앞은 문의하는 사람조차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시장 조사 차원에서 자주 이곳을 온다는 한 공무원은 "일자리를 원하면 오전에 등록을 하고 허가를 받아 오후에 바로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생산직 채용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부터 줄어든 아이폰 물량을 대체해 화웨이 물량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공장 내 인원이 줄고 있는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 핵심 제품인 아이폰 매출이 51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고 감소폭은 확대 분위기를 타고 있다. 애플은 최근 중국 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 가격을 최대 6% 인하하며 생산, 판매량 감소에 맞서고 있지만 화웨이를 선봉으로 하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들이 워낙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가격 인하만으로는 예전의 생산, 판매량을 회복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폭스콘 공장에서 시내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은 "정저우에 아이폰 공장이 밀집해 있지만, 여기서도 대세는 중국 화웨이"라며 "지금 아이폰을 쓰고 있는 동료, 친구들을 보면 2~3년전에 구매해 바꿀 시기가 될 때를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왕이면 자국산 브랜드를 쓰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어 대부분의 아이폰 유저들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로 바꾸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저우(중국)=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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