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싱가포르 서주미 객원기자] "술취한 외국 노동자들이 늦은 밤 집 근처에서 공부하던 싱가포르 소녀를 강간했다." "중국비즈니스협회는 회원사들에 '중국인만'고용할 것을 요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웃 국가들과 전쟁을 선언했다."
최근 싱가포르 내를 떠들석하게 했던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예들이다. 최근 싱가포르 현지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5%가 이런 가짜뉴스에 속은 적이 있으며 91%가 진짜와 섞인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최근 가짜뉴스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온라인 보호 법안(The 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Bill)을 의회에 제출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싱가포르 내에서는 이 같은 법안 발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새로운 법안이 싱가포르의 온라인상의 언론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HRW는 홈페이지를 통해 "법안의 내용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제 사례에 적용될 경우 악용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막게 될 것"이라며 법안 발의 철회를 요청했다.
싱가포르 내 소셜 미디어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싱가포르 내에서만 48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온라인상의 허위사실유포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규정한 가짜뉴스에 대한 삭제도 명령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진실과 거짓의 구분, 의견과 비판의 경계가 어디이며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또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온라인상에 의견을 개제하는 것 자체에 시민들이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언론뿐만 아니라 SNS를 감시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국민행동당(PAP)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며 정권 교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카시비스완탄 샨무감 싱가포르 법무부 장관은 허위사실에 대한 최초의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진위는 '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또 "정부에 대한 모든 의견이나 자유발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도 아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싱가포르의 인구의 85%가 넘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절반이 넘는 52%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구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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