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사라졌다…"착한 커피 실종 사태"

'착한 가격'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 일제히 가격 인상
개인 가게 3중고에 가격 올려…"저가의 기준이 달라진 것"

한 커뮤니티의 커피에반하다 가격 인상 안내문 캡쳐.

한 커뮤니티의 커피에반하다 가격 인상 안내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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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지갑 사정이 빠듯해 커피값이라도 아끼려고 저가 브랜드를 자주 찾아요. 그런데 웬만한 저가 커피 브랜드 모두 가격을 올려 적어도 작년보다 1000원 이상은 더 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대형 커피전문점보다는 가격이 저렴한데, 아무래도 저가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초저가를 내세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제 '초저가 커피'는 실종 상태다. '착한 가격' 콘셉트에 맞춰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지만, 임대료·인건비·원재료 상승 '3중고' 부담으로 결국 가격을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1000원대 커피 메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고물가시대에 '저가 커피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가 커피의 대명사 이디야를 시작으로 올해 더벤티, 우주라이크커피, 커피에반하다 등이 가격을 인상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싼 가격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에 반하다는 1월1일부터 커피 관련 메뉴를 500원씩 인상했다. 커피에반하다 관계자는 "최저임금 및 원부재료 비용, 원가 상승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해 부득이하게 음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며 "더 나은 서비스와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은 2500원,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3000원, 바닐라라떼와 카페모카 등은 3500원, 콜드브루라떼는 4000원이다.

커피에 반하다의 가격인상으로 이제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쉽게 찾아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팔았던 개인 커피 가게 역시 사라지고 있다. 부천 중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중인 김미지(43·가명) 씨는 "동네 커피는 저렴한 게 장점인데, 1000원대 아메리카노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제반비용으로는 1000원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종 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저가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제 3000원대 커피를 초저가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커뮤니티의 더벤티 가격 인상 안내문 캡쳐.

한 커뮤니티의 더벤티 가격 인상 안내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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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난 1월 우주라이크커피와 더벤티 역시 음료 가격을 올렸다. 더치커피와 카푸치노, 카페라떼가 3200원에서 3500원으로 9.4%, 더치라떼와 카페모카가 3800원에서 4000원으로 5.3% 올랐다. 우주라이크 커피에서 2000원짜리 메뉴는 아메리카노 2500원짜리와 아이스티 2500원짜리 2개에 불과하다.


우주라이크 커피는 "맛있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가맹점주들과 함께 노력했지만 인건비, 원재료, 임차료 등의 지속적인 상승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더벤티도 46개의 음료 중 8개의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으로 더벤티에서 판매하는 2000원 초반대 메뉴는 모두 사라졌다. 가격 인상 품목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라떼류다. 카페라떼와 바닐라라떼가 2000원, 2500원에서 2500원, 2800원으로 각각 25%, 12% 올랐다. 해즐넛라떼 역시 2500원에서 2800원으로 12% 조정됐다.


더벤티 관계자는 "좋은 음료를 합리적인 가격과 양으로 제공하고자 노력했지만 지속적인 임대료 인상과 인건비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8개 품목의 판매 가격만 인상하게 돼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사라졌다…"착한 커피 실종 사태" 원본보기 아이콘


이디야의 가격은 이보다는 더 높다. 총 70개 음료메뉴 중 14개 품목의 판매가를 평균 10%올렸다. 아메리카노는 2800원에서 3200원으로 14.3%,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3200원에서 3700원으로 15.6% 올랐다. 이디야에서도 이제 2000원짜리 메뉴는 찾아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뿐만이 아니라 저가를 콘셉트로 내세웠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물론 개인 가게 역시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저가 콘셉트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저가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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