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돌보미도 아동학대…언제까지 떨면서 맡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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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육아휴직 복귀를 앞두고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콜센터로 전화를 했다. '이모님'을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정부에서 인증하는 사람이 그래도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아이돌보미는 서류와 면접, 교육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소득에 따라 정부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는데 대부분 맞벌이 부부들은 가격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서 인증한다는 점 하나를 믿고 맡긴다. 나 역시도 그랬다.


나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센터와 전화 연결이 됐다. 그런데 우리 부부처럼 어린이집 등ㆍ하원 시간 때만 돌보미를 고용하려는 맞벌이들이 많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 기간에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더 일찍 전화를 했어야 한다나. 결국 우리는 친정에 부탁을 해야 했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 학대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껐다. 14개월 밖에 안 된, 말도 못 하는 아기가 뺨을 맞고, 억지로 밥을 먹고, 침대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아이돌보미와 매일 마주해야 했던 아이는 3개월 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모(58)씨는 전업주부였다가 여가부의 아이돌보미 양성교육을 받고 일하게 됐다. 6년 간 일한 김씨가 받은 양성 교육 80시간 가운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2시간뿐이었다고 한다.


아이돌보미 수요 문제는 꾸준했지만 단순히 아이돌보미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제대로 된 양성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아이돌보미를 지난해 2만3000명에서 올해 3만명 2022년까지 4만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가부는 사건이 터지자 8일부터 온라인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다고 한다. 이제까지는 신고할 창구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심층 방문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아이돌보미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양성, 보육 교육에 아동학대 교육 시수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꼭 사건이 터져야만 예방 교육은 가능한 걸까.


피해 부부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린 글에서 "어린이집이든 아이돌봄서비스든 믿고 맡길 수 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아이를 갖기 못하는 제도적 불임 부부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맞벌이 부부들은 떨면서 아이를 맡겨야 할까. 국민 청원 동의는 3일 오전 11시 20만명을 넘어섰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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