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매출 증가율 1년만에 반토막" 한은, 2060개 기업 분석

지난해 기업 매출 증가율 하락, 대출 증가율은 상승
대기업 대출까지 증가세로 전환, 부채 비율도 소폭 올라
전문가 "재무사정, 올해 더 심각해질 것"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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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 속도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둔화됐다. 밖으론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여파가, 안으로는 내수와 투자 부진이 원인이었다. 기업의 자본 대비 부채 비중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우호적인 대출 환경을 틈타 대기업 대출까지 증가세로 전환했다.


29일 한국은행이 키스밸류(KISVALUE) 자료를 통해 국내 206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1년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상장 및 일부 비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3분기 매출액 합계 1177조2000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 9.1%보다 5.3%포인트(p) 낮아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대내외 여건 악화로 기업 매출 성장이 둔화됐다"며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기업 실적 악화와 내수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부채비율도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4년 91.5%였던 부채비율은 이듬해부터 70%로 내려왔다. 2017년 1~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73.6%였는데, 작년 1~3분기는 74.8%로 소폭 반등했다.


대출 증가율도 3년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833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대출은 꾸준히 늘어 700조원에 육박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15년부터 계속 줄어들었던 대기업 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2017년 말 -2.9%에서 지난해 말엔 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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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개선된 대출 환경을 이용해 비용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와 대출금을 포함한 전체 기업신용도 지난해 말 6.4% 늘어 증가세가 커졌다"고 밝혔다. 2017년 말엔 3.6%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재무사정은 올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출 규모가 감소하며 전체 수출액은 작년 12월부터 매달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내수도 어렵다. 작년 GDP성장률의 내수 기여도는 1.6%포인트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잃게 되면 저물가, 고용불황, 체감경기 하락 문제점이 나타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 매출은 작년보다 올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출이 줄면 투자와 고용을 못하는데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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