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MB측, 다스 소송비 요청…이건희에 보고하고 대납"

MB 항소심 증인으로 첫 법정 출석…가림막 없이 증언

"회사에 도움 될 거라 생각해 지원" 진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3.27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3.27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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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이건희 회장의 허락을 받아 금전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찾아왔다"면서 소송비를 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대통령 후보 측에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요청을 받았다고 말씀드리니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하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당시 이명박 후보자의 의사는 확인 안 했다고 했다"고 묻자 그는 "(소송비 대납 요청이) 김 변호사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보고 체계에 따른 요청으로 이해했다. 저희와 오랫동안 거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탁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에서 그런 요청을 하면 통상 기업에서 거절하기는 어렵다"며 "요청 있으니 도와드릴 수밖에 없고, 도와드리면 회사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 현안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특정 사안에 도움을 받으려 했다기보다는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대선 후인 2009년에도 김 변호사가 찾아와 '삼성이 계속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회장도 "거기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하라"는 정도의 답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가장 무거운 혐의 중 하나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의 진위를 가릴 핵심 인물로 꼽힌다. 2019.3.27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가장 무거운 혐의 중 하나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의 진위를 가릴 핵심 인물로 꼽힌다. 2019.3.27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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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와 검찰 조사를 통해서도 이 전 대통령의 요청과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거쳐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줬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 진술 등을 토대로 삼성에서 대납받은 소송비 중 약 61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상태로 출석하지 않다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증인소환공지를 내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시 강제구인까지 예고하면서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그는 가림막 등의 시설이 필요한지 재판부가 묻자 "괜찮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가 증언하는 동안 주로 반대편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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