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아시아나, 자금줄까지 막히나

1년내 단기차입 1조3000억 만기
매출채권 유동화도 어려워져
신용 강등땐 강제 조기상환 위험
재감사 '적정'돼도 추가 손실 우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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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임정수 기자, 오주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의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됐다. 감사의견 '한정'으로 영구채 발행, 금호고속 기업공개(IPO) 등 재무개선 작업이 올스톱됐다. 차입금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는데 자금조달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조정되면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강제 조기상환 위험에 빠진다.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추가 손실 등에 따른 신용도 하락 가능성이 있어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1년 내 1조3000억 만기…자금조달 막혀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책으로 추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의 영구채 발행, 금호고속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아시아나항공 은 앞서 케이프투자증권 주관으로 영구채 8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발행하기로 했던 영구채 650억원은 회계감사 사태로 발행을 중단했다. 산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책 이행일인 다음 달 6일까지 추가적인 재무 개선은 어렵게 됐다.

당장 차입금 만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의 전체 차입금이 3조4400억원인데 이 중 금융리스부채가 41%, ABS가 36%, 금융기관 차입금 및 어음이 14%, 무보증 사채 및 전환사채(CB)는 9% 등이다. 금융기관 차입금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1560억원, SC제일은행이 1080억원, 수출입은행이 720억원, 농협이 500억원, 우리은행이 120억원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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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급한 건 단기차입금이다. 아시아나항공 은 연내 2042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STB) 만기가 돌아온다. 오는 4월에 432억원, 5월에 500억원, 6월에 50억원 등 상반기에만 약 1000억원 규모의 단기자금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나머지 절반가량의 단기차입금은 하반기가 만기다. 또 4월에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대기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약 1600억원에 가까운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항공기 리스 차입금 등을 고려하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만 1조32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자금조달 루트는 막혀버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의 회사채 신용등급(BBB-)과 단기신용등급(A3-)이 모두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신용등급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회사채는 물론 CP나 STB 발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 아시아나항공 의 신용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CP나 STB를 인수하려고 나서는 투자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활용해온 유동화증권(ABS, ABCP) 발행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경우 1조원 이상의 ABS에 대한 조기 지급 사유가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의 ABS 발행 잔액은 여객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이 1조2000억원,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리스 및 정비 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을 합쳐 총 1조7000억원 어치에 육박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주도로 채권단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ABS를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에는 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ABS 발행은 추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정' 받아도 난항…당국 점검 착수

아시아나항공 이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이 요구대로 회사 측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럴 경우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정정공시(-1050억원)보다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 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충당금 추가 반영 등으로 실적이 추가로 악화되면 적정 의견과 무관하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향이 단행되면 사실상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아시아나항공 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산은행등 채권단은 지난해 4월6일 1년 기한으로 아시아나항공 과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다음 달 6일까지 이 MOU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 한정 감사 의견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아시아나항공 의 재무 상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향후 부실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이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회사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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