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점검] 박원순 시장 야심작 '제로 페이' 왜 인기 없나?

서울시 자영업자 수수료 줄여주겠다는 명분 들어 제로 페이 앱 개발, 홍보전 펼치고 있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꽃샘추위같은 쌀쌀한 반응 보여 성공 불투명 여론 높아 주목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이용자 연말 세금 40% 감면 등을 내세우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총력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제로페이가 좀처럼 인기를 못 얻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명분을 들어 제로페이 앱을 개발, 대대적으로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연 매출 8억원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1200만원 정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제로페이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특히 전통시장을 방문, 제로페이 가입을 신청했다가 난감한 상황만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 전통시장 가게를 들러 나이가 든 남자 주인에게 제로페이 가입을 신청했다가 승낙을 받았다.


그러나 조금 뒤 부인이 나오더니 “과일 등 판매해 1만~2만원 등 현금장사가 주를 이룬데 왜 제로페이가 필요하냐”며 "안된다"고 강변하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런 일을 당한 이 관계자는 뻘쭘한 표정을 짓다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13일 중랑구 우림골목시장을 찾아 류경기 중랑구청장 등과 함께 제로 페이 홍보전을 펼쳤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13일 중랑구 우림골목시장을 찾아 류경기 중랑구청장 등과 함께 제로 페이 홍보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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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1만~2만원 현금 장사가 주류 이룬데 제로페이로 언제 결제하나?" 항변



특히 어르신들이 장사를 하는 곳은 제로 페이 앱 실현이 어려워 더욱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인은 “앱을 켜고 하는 것이 복잡해 하기 싫다”고 말했다.


이용자들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제로페이는 50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체크카드 기능)으로 신용카드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용카드의 경우 할부도 되고 포인트도 적립된다. 특히 돈을 통장에 없더라도 빌리는 신용기능이 있어 제로카드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제로페이 기능을 간소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은행들과 협약을 맺어 50만원까지 신용기능도 넣을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4월15일부터 공무원들의 식사 등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첨가하기로 해 회원 가입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결국 제로페이는 시청이나 구청 부근 식당 또는 커페숍에서나 활용되지 않을까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시청, 구청 부근 식당이나 커피숍 정도 쓰지 않을까?" 전망 지배적...서울시 일부 신용 기능과 업무추진비 기능 첨가



영업점의 경우도 제로페이 결제로 인한 소득 노출 등 때문에 큰 메리트를 얻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25개 부구청장 회의를 소집, 제로페이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특별교부금 제공이란 미끼(?)까지 내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추진한 제로페이가 결국 현장(소상공인 등)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한 자치구 부구청장은 기자에게 “우리 구청도 목표 대비 40%정도 가입은 시켰지만 결국 시장에서 제로페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아직 안된 것같다”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서울 자치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기도 없는데 공무원들을 제로페이 가입 영업사원으로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노조게시판을 보면 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엄청 많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최근 도봉구 이대현 부구청장은 기자에게 "제로 페이를 도입하겠다는 의도가 좋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며 "가입 성적이 좋은 동 주민센터를 격려하는 등 현장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페이 홍보물

제로페이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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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25일 오후 2시부터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주변 꽃가게,커피숍, 약국 등 상가를 방문, 유동균 마포구청장, 노웅래 국회의원 등과 함께 제로페이 QR코드배송 및 앱설치, 제로페이 시연 및 홍보 등을 펼칠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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