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 "엘리엇 추천 이사, 이해상충·기술유출 우려…반대"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자동차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각종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이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


엘리엇이 내세운 인물이 경쟁사 근무 경험이 있어 이해 상충에 따른 기술 유출, 경영 간섭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내 대표 의결권 자문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차·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자문 계약을 하고 있어 국민연금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 측 제안은 모두 찬성, 엘리엇 제안은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단기적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면서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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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원의 합류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는 상당 부분 '현대차·현대모비스 이사회 안건 찬성'으로 방향이 모아졌다. 서스틴베스트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로버트 앨런 크루즈 후보와 관련해 "회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이해 상충 가능성에 주목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제안한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을,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사외이사와 관련해 회사 측과 엘리엇 제안에 모두 찬성했으나 회사 측 안건에 더 긍정적 평가인 '추천'을 권고했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안건의 경우 회사 측 후보는 모두 찬성했으며 엘리엇 후보는 루돌프 윌리엄 본 마이스트 후보는 찬성, 로버트 앨런 크루즈 후보는 반대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배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면서도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가 제시한 세 명의 후보에 모두 찬성했지만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에는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반면 ISS는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 측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해 상충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해 상충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엘리엇 제안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안정적 기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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