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데드라인' 넘긴 르노삼성, 신차 배정 물 건너가나…협상 결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8일 자정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릴레이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제시한 데드라인을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르노그룹의 글로벌 신차 배정에서 르노삼성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최악의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일감이 절반 이하로 급감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분간 임단협 협상 재개는 불투명하며 노조는 내주 부분 파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차례 정회를 포함해 10시간 가까이 제20차 임단협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산회했다.


기본급 등 고정비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사측은 실적 인센티브 1020만원·원샷 보너스 700만원 등 총 172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하겠다는 추가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의 추가안에 노조가 인력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조절 및 전환 배치 등 인사·경영권 카드로 맞서면서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르노삼성 사측은 이전 협상에서도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추가안을 제시했다. 근무 강도 개선을 위한 직업 훈련생 충원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주간 조·중식 시간 연장 등의 안도 노조에 전달했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 안은 부산공장의 고용 유지 경쟁력까지 위협하는 사항으로 회사가 수용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추가 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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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사 르노그룹은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조립, 차체, 도장, 파워트레인 등 각 공장의 세부 공정별 현장 책임자 및 중간 관리자와 다섯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부산공장의 생산 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생산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공장의 미래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월8일을 임단협 협상의 마무리 시한으로 못 박았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809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로그 물량은 49.7%에 달하는 10만7262대였다. 로그의 위탁 계약 기간은 오는 9월 끝난다. 르노그룹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공장 생산직의 2017년 평균 연봉은 7800만원으로, 5년 전 로그 물량을 놓고 경쟁했던 닛산의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가량 높다. 세계 52개 르노-닛산얼라이언스 공장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지역사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협력 업체와 부산 상공계를 대표하는 수탁기업협의회와 부산상공회의소는 르노삼성 노조에 파업 중단과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부산상의는 "부산시민에게 르노삼성은 단순히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 중 하나가 아니라 부산경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면서 "자동차 산업의 불황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160시간 동안 이어진 르노삼성의 부분 파업이 더 이상 장기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노조위원장 및 조합원에 대해서는 "중소 협력사와 지역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하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 발 양보해 임단협 협상을 조속히 잘 마무리 해줄 것을 부탁했다.


르노삼성의 한 협력사 대표는 "파업을 한 번 할 때마다 5000만원씩 직접적인 손실을 입는다"며 "임단협 결론이 나지 않아 신차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지면 지역사회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노조가 부산공장에서 벌인 부분 파업 누적 시간은 160시간(총 42차례)으로 누적 손실액은 1700여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장·최다 파업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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