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의 '5G 무리수'....빨라야 4월 개통

과기정통부, 관련 업계에 "어떻게든 일정 당겨달라" 무리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수차례 공언했던 '세계 최초 5세대(5G) 스마트폰 3월 서비스'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업계는 처음부터 "기술적 문제로 3월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6일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출시가 3월은 불가능하고 4월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5G 스마트폰 개통이 4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B2B(기업 간 기업) 서비스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5G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고객들이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5G 시대'가 개막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3월 내 5G 스마트폰 출시해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개통 국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5G 서비스 상용화를 주제로 하는 '코리아 5G 데이' 행사를 이달 28일부터 3일간 열기로 했다.


문제는 '3월 개통'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데도 과기정통부가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불만이다. 5G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려면 5G 통신을 지원하는 모뎀칩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5G 모뎀칩을 개발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퀄컴인데 두 회사 모두 3월 모뎀칩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국제 표준 때문이다.


당초 두 회사는 세계 이동통신기술 표준화 기구 3GPP가 2018년 6월 내놓은 표준안에 맞춰 칩셋을 개발했는데 같은해 12월 표준 일부가 변경되면서 개발 기간을 더 늘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6월 표준 기준으로 칩셋 개발을 마무리한 뒤 12월 표준 변경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모뎀칩 개발 일정을 앞당기려 했지만 3월 개발 완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현재로서는 정확한 출시 일정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퀄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퀄컴 관계자는 "3월은 어렵고 상반기 중에 내놓을 계획"이라며 출시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과기정통부는 3월 출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업계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수차례 퀄컴과 삼성전자 등에 3월 출시 일정을 맞춰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어서 업계가 난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가 아닌 '세계적인 품질'에 방점을 찍고 5G 스마트폰 개통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렀다가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면 5G 산업 자체가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면서 "세계 최초보다 품질 좋은 5G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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