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여론조사의 힘, 보수 대선주자 다크호스 발판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 오세훈 50%, 황교안 38%…정치 재도약 계기, 포스트 황교안 입지 다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서 여론조사 과반 득표에 성공한 것은 보수 대선 주자의 발판을 마련한 의미가 있다.


내년 4월 제21대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개혁 보수'의 깃발을 내건 정치적 선택이 효과를 본 셈이다.

27일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의 최종 득표율은 당선자인 황교안 대표가 50.0%, 오 전 시장이 31.1%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선의 여론조사 결과는 오 전 시장이 50.2%, 황 대표가 37.7%로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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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가 당선됐음에도 정치적으로 내상(內傷)을 입은 이유다. 황 대표는 오 전 시장이 선거 내내 강조했던 '수도권 총선 필패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오 전 시장은 보수 표심 공략을 위해 '문재인 정부 실정론'만 앞세웠던 다른 후보들과는 선거 전략에서 차이가 있었다. 황 대표나 김진태 의원은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표심을 의식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당설,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등 민감한 내용을 언급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수 정당을 재건해야 한다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호소했다. 선거인단 표심 확보에는 불리한 정치적인 스탠스로 볼 수 있지만 한국당이 수권 정당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주장이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이 급격한 우경화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2022년 대통령선거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표심의 과반을 얻어내면서 '포스트 황교안'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반대투표를 계기로 서울시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39.7%라는 저조한 득표율로 52.6%를 얻은 정세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한국당 계열 정당 후보가 서울 종로에서 40% 이하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대선 주자라는 본인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거 결과였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전대에서 저력을 확인했다. 일단 정치 숨 고르기에 나선 뒤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 종로 등 정치적인 상징성이 큰 지역에 도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결과는) 당원들이 전대를 거치면서 당이 지나치게 우측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며 "그 걱정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도록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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