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선거운동 시작도 안했는데'…조합장선거 불법적발 200건 넘어

경찰, 230명 선거사범 적발…불법선거운동 많아질 것 우려
후보 토론회 제도화 무산…'깜깜이 선거' 가능성도 제기

'공식선거운동 시작도 안했는데'…조합장선거 불법적발 200건 넘어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경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상주축협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조합원 28명에게 "잘 부탁합니다"고 말하며 1인당 최대 100만원씩 현금을 제공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조합원 6명에게 과일ㆍ영양제 등 126만원어치의 금품을 제공한 서광주농협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다음달 13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각종 불법 선거운동 적발건수가 이미 200건을 넘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주까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205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경고가 1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발과 수사의뢰는 각각 62건과 6건이었다. 경찰청 자체적으로는 172건의 불법행위를 포착하고 230명을 선거사범으로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금품ㆍ향응 제공이 160명(69.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선거운동방법 위반 44명(19.1%), 흑색선전 22명(9.5%) 등 순이었다.

28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불법운동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5년 1회 동시조합장선거 당시에도 1632명이 선거사범으로 적발된 바 있다. 조합장 후보자간 정책 비교를 제한하는 현행법도 혼탁 선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선거가 여전히 혼탁 양상을 벗지 못하는 것은 우선, 조합장이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조합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억대 연봉을 수령하고 해당 조합의 인사권과 사업권을 행사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지역 내 유력인물과 연결되기 쉽고, 향후 정치권 진출 등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 일명 '매표(표를 사들임)'에 대한 유혹을 받기도 쉽다. 2015년 조합장선거 당시 적발된 선거사범 가운데 금품선거 적발 비율은 58.6%로 절반을 웃돌았다.


'깜깜이 선거'도 불법선거를 키우고 있다. 현행법상 후보자는 선거공보와 벽보, 명함을 만들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 동안 어깨띠 착용도 허용된다.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간 정책 비교는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유권자가 후보자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이 적은 조합에서 '아는 후보'를 찍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2015년 선거 직후 '위탁선거법 개정의견'을 통해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토론회와 정책설명회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이번 조합장 선거에 대비해 위탁선거법 개정을 추진했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로부터 개정의견도 받았다. 일부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위탁선거법 개정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는 26일과 27일 양일간 전국 관할 선관위에서 전국 1344개 조합(농협 1114개ㆍ수협 90개ㆍ 산림조합 140개) 대표자 선출을 위한 제2회 조합장선거 후보자등록 신청을 받는다.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면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된다.


경찰은 후보자등록일부터 선거사범 관련 24시간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2단계 단속체제 가동에 나섰다. 경찰청 본청과 17개 지방청,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226개 경찰서 등 총 244곳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신고 접수 시 즉각 출동하는 대응태세를 구축한다. 기존 관서별 수사전담반뿐 아니라 형사ㆍ수사ㆍ정보ㆍ생활안전 등이 총력 단속활동을 벌인다. 특히 금품선거ㆍ흑색선전ㆍ불법선거 개입 등 '3대 선거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수사 등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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