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核포기 없는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

美 조야 북핵 회의론 맞서 우호적 분위기 띄우기 나서
反 트럼프 미 정계 주류 완전한 비핵화 우려 여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 위해 전진!'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 위해 전진!'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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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잘 알고 있다. 핵 포기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으며 핵을 포기할 때 남측의 대북 지원과 협력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연설에서 "우리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신뢰구축을 통해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방문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인지한 만큼 더욱 비핵화 협상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앞서 문 의장과 만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를 비핵화가 아닌 '남한의 비무장화(demilitarization)'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도 이날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설익은 양보를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정부의 '퍼주기식' 북한 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북 제재 관련 한미 간 정책 '분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WP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과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가 남북 경제 협력을 추진하며 대북 제재에서 균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팀이 예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과거 방식이 재연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목표를 비핵화에서 군비통제로 바꾸었다면 의회와 미국인들에게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한 우려는 미국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반(反)트럼프 정서를 등에 업은 미국 주류의 '북한 불신론'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계 구조와 현 의회 상황을 감안하면 북ㆍ미 간 협상이 이뤄져도 국회 비준 등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몰론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최근 미 보수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NI)와의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주류 세력의 오해와 왜곡이 팽배하며 이는 북한 문제 해결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북한은 불가능한 국가, 김정은은 미치광이이며 충동적인 지도자,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식의 주장과 해설이 북한에 대한 지배적 인식"이라면서 "이러한 워싱턴의 고정관념은 실제 현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방미 기간 여야 대표단과 함께 미측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문 의장도 이날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의심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대북 제재 등) 국내외 상황이 북한을 (비핵화로) 그렇게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측면의 진정성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는 확고히 해야 한다"며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합의ㆍ이행해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결국 세계 평화 프로세스"라며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좌고우면 없이 달려가야 하는 목적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으로 ▲ 완전한 북핵 폐기 ▲ 핵 폐기 시 북한에 밝은 미래 보장 ▲ 남ㆍ북ㆍ미 관계개선과 평화 ▲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할 한미동맹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한미동맹은 피와 목숨으로 이어진 동맹"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양국 국민의 우정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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