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 시작해야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복지부 장관 발언 이후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높은 노인 빈곤율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주장 때문이다. 노인 연령 기준이 올라가면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 연령 기준도 올려야 한다. 제대로 된 노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노인 대상 복지정책이 부실한 상황에서 연령 기준만 올릴 경우 노인 빈곤층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에 평균수명 66세 때 설정된 기준을 평균수명 83세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기대수명 66.1세를 감안해 각종 사회정책 기준이 만 65세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노인 연령 기준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작부터 제기되었다. 과거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인 연령을 70~75세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가 작성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정책 당국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을 지금 당장 올리자는 취지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시대상과 조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으니 미래 지향적으로 논의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논란이 클 기초연금 수급연령은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 조정될지라도 당분간은 65세 연령 기준을 유지 또는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노인 연령 기준 상향조정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될 것 같다. 취약 노인들은 최대한 배려하고 노동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고령사회 대처 차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등이 제안한 활기찬 노후(Active ageing) 개념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회 갈등은 최소하면서 노인빈곤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향후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특히 연령 상향을 모든 노인과 제도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소득 계층별 또는 제도별로 차등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집중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의 관련 제도 운영 사례, 우리나라 각종 제도 적용 현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용 등에서 차별을 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연령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는 외국 사례 등도 참고하면서 인생 100세 시대, 즉 유엔(UN)에서 규정한 호머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신인류 출현에서도 작동 가능한 사회체제 정비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노인기준 연령 상향 논의에 가장 민감할 50대와 65세 전후 연령층들이 좀 더 마음을 열고 이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논의구조 및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신생아 출산율이 가장 낮고 노인 인구는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연령 조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연령 조정에서의 우선 순위 설정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래서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논의를 시작해서 큰 무리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그 사실 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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