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교차인사 배경은…윤석헌 "핀테크 시대, 권역 구분 완화"

은행 김동성, 공시·조사 장준경, 보험 이성재 부원장보 선임…은행 임원에 비(非) 은행 출신 첫 선임

은행·보험 교차인사 배경은…윤석헌 "핀테크 시대, 권역 구분 완화"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첫 임원 인사에서 은행·보험 권역 간 교차인사를 단행했다. 은행 임원에 비(非) 은행 출신을 앉힌 건 금감원 출범 20년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보호 '소신', 양쪽 교차인사라는 '명분' 모두 챙기려는 포석으로 이 과정에서 권역 간 칸막이를 낮추는 과감한 시도까지 이뤄졌다.윤 원장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역 간 교차인사로 핀테크 시대에 금융의 권역 간 구분 완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임 부원장보들이 그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에 김동성 부원장보, 공시·조사에 장준경 부원장보, 보험에 이성재 부원장보를 각각 선임했다. 김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이 부원장보는 은행감독원 출신으로 은행·보험간 교차인사가 이뤄졌다. 특히 은행 임원에 비 은감원 출신이 선임된 건 지난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원장은 이번 인사 배경으로 '핀테크'를 언급했다. 금융산업 간 융합을 넘어 IT와 금융 등 이종산업이 결합하는 시대다. 은행·보험 간 경계를 낮춰 새로운 시각에서 금융현안에 접근케 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금감원은 특히 은행·보험·증권 등 권역 간 칸막이가 높은 폐쇄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임원회의에서도 담당 권역을 벗어난 분야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 된다.
은행·보험 교차인사 배경은…윤석헌 "핀테크 시대, 권역 구분 완화" 원본보기 아이콘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보호 기조를 이어가면서 보험 권역 내 불만을 달래는 효과를 기대했다는 분석이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 해결사로 과거 자살보험금 일괄지급을 이끌어 낸 이 부원장보를 선임했다. 임원 인사 전부터 이 부원장보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험 권역 직원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보험 담당 임원 교체 배경에는 보험 권역 임직원들이 보험회사와 유착한다는 윤 원장의 시각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뤄서다. 특히 전 업권을 아우르는 기획·경영, 전략감독 임원 2명 모두 은감원 출신인 데다 보험 임원까지 은감원 출신이 꿰찬다는 얘기가 돌면서 권역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윤 원장은 결국 이번 인사를 통해 소비자보호 '소신', 은행·보험 교차인사를 통한 '명분' 모두 챙겼다는 평가다.

과제는 남아 있다. 각 금융 권역의 전문성, 금감원 내부 특유의 폐쇄성 속에서 이번 인사 실험의 성공 여부다. 김 부원장보는 금융상황분석실장과 전 업권을 아우르는 감독총괄국장, 기획조정국장을 거치며 은행 업무를 경험했고 이 부원장보는 보험영업검사실장, 보험준법검사국장 등으로 근무해 교차인사에도 불구하고 역량은 충분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윤석헌 색깔'을 입힌 금감원의 빠른 조직 안정과 업무 추진력 확보는 물론 소비자보호 기조 속에 시장의 반발을 이겨내는 것도 윤 원장의 숙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