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워커밸 - 실종된 ‘손님의 품격’에 맞서다

손님의 갑질과 근로자의 감정노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가운데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균형을 찾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tvN 알바트로스

손님의 갑질과 근로자의 감정노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가운데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균형을 찾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tvN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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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스페인 동북부 도시 헤로나(Gerona)의 한 카페에선 손님에 따라 같은 커피라도 가격이 달라진다. 한 손님이 카페 직원에게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부탁합니다”라고 주문할 경우엔 1.3유로(약 1,600원),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3유로(약 3,700원), 말없이 손짓으로 커피를 주문할 경우엔 5유로(약 6,000원)을 내야 한다. 카페 사장 마리셀 발렌시아 마드리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살기 바빠지면서 뭔가 요구할 때 부탁하는 말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이에 손님 태도에 따른 가격 방침을 적용하자 지금은 손님들이 더 예의 갖춘 태도로 메뉴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워커밸은 직원(worker)과 손님(customer) 사이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말로 소비자 갑질과 근로자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직원은 손님에게 친절하게 응대하고, 소비자 역시 직원에게 예의를 갖춰 양자 간 균형을 도모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선 ‘반말로 주문하면 반말로 응대합니다’는 안내문과 함께 음료도 반만 준다는 카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손님의 일방적 폭언과 폭행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생겼으나 현장에서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손님과 직원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시대에 스스로 인간의 품격을 지키고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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