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오늘 출범…신발끈 동여매는 손태승

금융지주사 五國志 시대 '리딩뱅크' 체력 강화
민영 지주회사로 재탄생…리딩뱅크와 격차 줄이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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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11일 공식 출범하며 민영 지주회사로 재탄생했다. 지난 2014년 지주사 해체 후 4년만에 이룬 숙원이지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다양한 계열사를 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서다. 손 회장은 임기 1년동안 체력 강화, 계열사 다변화를 통해 지주사 기반을 닦는 등 금융지주사 오국지(五國志) 시대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신발끈을 바짝 동여맨다는 각오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지주사 설립등기를 완료하며 공식 출범했다. 손 회장은 오는 14일 지주사 출범식을 가진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큰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직원들에게 이날 지주사 출범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001년 국내 첫 금융지주로 출범했지만 정부 지분 100% 회사로 관치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초대' 우리금융지주 출범임을 강조하는 것도 민영화 이후의 지주사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초대' 우리금융지주를 이끄는 손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큰 숙제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은행 의존도 축소다. 지주사 틀은 갖췄지만 규모가 큰 자회사·손자회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정도다. 우리투자증권,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과거와 비교하면 몸집이 크게 줄었다. 전 계열사 당기순이익 중 은행 비중은 90%를 넘는다.

손 회장은 올해 저축은행, 캐피탈사, 자산운용사 등 소규모 금융 계열사부터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관건은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증권사, 보험사 인수다. 손 회장은 내년께 증권사,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자본비율 문제로 당장 대규모 M&A에 나설 순 없지만, 내년초 자본비율 문제가 해소되면 M&A에 쓸 실탄이 확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과정에서 이뤄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은 지금도 뼈아프게 안타까운 기억"이라며 "지주사 출범 후 계열사 체력을 다지면서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증권사, 보험사 매물을 시간을 두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도 숙제다. 리딩뱅크인 KB금융지주는 '원펌', 신한금융지주는 '원신한'을 내세우며 흩어진 계열사 역량을 한 데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손 회장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계열사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완전한 민영화도 중요하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 18.43%를 보유했다. 지주사 전환 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최대주주인 예보가 공적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손 회장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출범으로 5대 지주사 체제가 갖춰지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둘러싼 금융지주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기 둔화와 규제로 은행, 카드, 보험 업황이 모두 좋지 않은 가운데 전략통이자 글로벌통인 손 회장이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리딩뱅크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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