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증여 약속한 부동산 담보로 대출…배임죄 성립"

1·2심 "등기 절차 이행은 '자기 사무'에 해당"
대법 "타인의 사무 맞아…2심 판단 다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2.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2.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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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부동산을 증여한다고 약속해 놓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은 채 그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김재형 대법관)는 배임혐의로 기소된 A(6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A씨는 2003년 사실혼 관계에 있던 B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양평의 목장 가운데 절반을 증여하기로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A씨는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가 2011년 4월 목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가 부동산에 3자 명의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바람에 B씨에게는 2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과 하급심은 A씨가 소유권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배임행위를 결정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다.

1·2심은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여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 줘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피고인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반면 대법원은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증여를 받는 자에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 때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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