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승부였다. 간판도, 경험도, 조직도 열세였다. 믿을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 하나 뿐이었다. 2003년 4월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갑 재보선에 대한 얘기다. 4·24 재보선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진행한 국회의원 선거였다.선거 결과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당시 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서울 양천을에서는 46.4%를 득표했지만, 48.8%를 얻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경기 의정부에서는 50.2%를 얻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남은 하나의 선거구는 고양 덕양갑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덕양갑에는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의 전승을 저지할 비밀병기가 출격했다. 그 이름은 유시민.
유시민은 참여정부의 성공을 목표로 내건 개혁국민정당 후보로 덕양갑 선거에 나섰다. MBC 백분토론 진행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지만 공직 선거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민주당이 덕양갑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유도했지만 엄연히 다른 정당의 후보다.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해서 힘을 쏟을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유시민의 상대는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 대검찰청 부장 검사 출신의 이 후보는 1988년 고양시가 고양군이던 시절부터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인물이다. 지역에 탄탄한 조직을 갖췄고, 정치 경륜도 만만치 않은 베테랑 정치인을 상대로 유시민이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