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리용호 첫 공식만남 성사되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경우 비핵화 실무협의가 첫 발을 떼는 상징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변수로 보인다. 리 외무상의 연설은 29일 여섯번째 순서로 예정돼 있다. 이 연설에서 리 외무상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표시하거나,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면 유엔총회 막판에 남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강 장관 역시 주말까지 뉴욕에 머무르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회담과 관련해서 성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가능해야 하고, 회담에 필요한 여건이 잘 충족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리 외무상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뉴욕에 입성한 리 외무상은 이튿날인 2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이어 리 외무상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외교수장들을 잇달아 만났다. 한국과의 회동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유엔총회 당시 이렇다 할 외교전에 나서지 않은 것에 비춰 180도 달라진 풍광이다.

리 외무상은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뒤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회동했다. 이들을 만나 리 외무상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특히 중국, 러시아와의 만남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주재한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 외무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도 이례적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비핵화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일본의 외교적 노력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리 외무상은 29일 연설 전까지 남은 기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물론, 다른 북한의 우방국들과도 적극적인 양자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유엔총회 기간동안 장관급 회담들을 거치며 큰 틀의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하고, 앞으로 빈에서는 실무대표급 회담을 통해 핵 사찰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들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최성희 부상이 참석하는 이번 실무급 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시설 영구 폐쇄 참관 등 구체적인 비핵화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참가자는 아니지만 우리측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현지에 동행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다음달로 예고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미 중심 비핵화 실무협상이 가동될 전망이다. 최고위급부터 실무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의 협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