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5억불 효자였는데…" 김 불법양식으로 올해 재고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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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지난해 수출 5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효자'로 떠올랐던 김이 올해에는 재고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김 양식시설 증가로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국내 소비는 정체돼있어 수요가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김 재고량은 7420만속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평년에 비해 53.6% 많은 양이다. 2018년산 김이 작년산에 비해 2400만속이나 늘면서 과잉 생산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247만속 증가했지만 늘어나는 생산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 생산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수출 호황으로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양식어가에서 시설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김 시설량은 101만8438책으로 작년에 비해 1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불법 양식시설도 과잉생산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7~2018년 양식어장 영상판독사업' 결과에 따르면 김 양식어장 가운데 무면허, 초과시설 등 불법시설이 전체의 35.5%(32만8734책)를 차지했다.

KMI 관계자는 "최근 김 수출 활성화로 산지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양식어가에서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시설을 늘렸다"며 "불법 양식시설로 인한 과잉생산은 수익성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양식 어업인들은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국내 김 소비가 일정 수준에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작년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선 하반기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2000만 속가량이 더 늘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MI는 김 과잉생산을 방지하려면 불법 양식시설에 대한 정비와 함께 생산자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해외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정체돼 있는 국내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KMI 관계자는 "높은 김 재고 수준을 지속할 경우 김 산업 전반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잉공급 방지를 위해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김 목표 생산량 제도에 대한 도입 여부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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