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믿지 않는 한국인들…대학생 81% "고등학교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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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지며 한국 사회의 상호신뢰가 사라지고, 사회적 자본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생의 81%는 고등학교를 '함께 하는 광장'이나 '교육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보기보다는 '사활을 건 전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겸임연구위원은 2일 '저신뢰 각자도생 사회의 치유를 위한 교육의 방향' 보고서에서 "국제적 기준에서 한국의 사회적 신뢰가 중진국 수준인 가운데, 협력과 동업 대신 무한경쟁 속에 제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 한국 국민 비율은 2010~2014년 기준으로 27%에 불과해 30년 전(38%)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41%에서 39%로, 미국은 43%에서 35%로 하락해 한국보다 하락폭이 적게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31%에서 45%로, 스웨덴은 57%에서 62%로 오히려 신뢰도가 상승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이 지난해 한국·중국·일본·미국의 4개국 대학생 10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의 이미지를 '사활을 건 전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41.8%, 미국의 경우 40.4%만이 이같이 답했고 일본은 단 13.8%만이 이처럼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함께하는 광장'이라고 답변한 한국 대학생은 12.8%에 그쳤다. 일본(75.7%), 중국(46.6%), 미국(33.8%)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인의 삶의 질과 행복감이 경제력이나 건강수명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에도 박약한 사회자본이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며 "의지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 사람이 많고, 기부와 자선 등 관대함이 적고, 아직도 부정부패가 적지 않다고 인식하는 등 사회적 지지와 연대감, 공적 신뢰가 부족한 것이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크게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사회적 자본을 늘리기 위해 학교의 수업과 평가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과 협업이 활발하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수평적·참여적 교수학습법을 적용할 경우, 그 과정에서 친구연결망이라는 연계형 사회자본이 확충되고 사회자본 관련 인식과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업방식과 관련, 지식이 전달되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는 측면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적 학습' 원리 적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수평적 학습 요소를 도입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젝트 학습, 거꾸로 교실 등의 수업방식이 협업을 장려해 사회자본 함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제도 역시 견제와 경쟁을 유도하는 기존의 개인별 상대평가를 보완해 팀 단위 평가를 도입하고, 절대평가도 적절히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의 정점에 있는 대입 전형은 평가의 교육적 효과와 함께 평가의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낮은 신뢰를 감안할 때,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사회자본을 함양하고 미래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을 유도하는 타당성 높은 전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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