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글씨라고..." 반세기 넘긴 광화문 현판 논란, 종지부 찍을까?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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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6.25 전쟁의 참화로 소실된 이후 1968년 1차 복원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광화문 현판' 논란이 반세기를 넘기게 됐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0년 복원된 현판을 떼고 내년 상반기까지 새 현판을 달기로 하면서 다시금 '부실 복원' 논란에 불이 붙었다.지난 30일,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金箔)' 글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현판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판은 지난 2010년 복원한 것으로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복원 이후 곧바로 균열현상을 겪었고, 고증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부실 복원'이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광화문 현판은 6.25 전쟁 때 광화문 누각과 함께 소실된 이후 1968년, 첫 복원이 시작됐을 때부터 논란이었다. 당시 광화문은 전후 남은 석축을 기반으로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에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현판이 달렸다.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정교한 고증이 힘들었던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다.

특히 원래 현판의 고증여부와 관계없이, 권력자의 친필로 걸린 한글현판은 문화재적 가치 논란까지 일었다. 1968년 현판 제막식 당시, 정치가이자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았던 윤제술 의원이 광화문 한글 현판을 보고 "어느 놈이 저걸 글씨라고 썼나"라 말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시절 광화문 복원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헐리고 새로 광화문이 복원됐다. 그리고 2010년엔 조선 고종 시기, 경복궁 중건 당시 광화문 현판을 썼던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고증해 현재 현판이 걸렸다. 한글현판보다는 원형에 가깝지만, 복원 이후의 균열현상 등으로 목재를 잘못썼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고증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2010년 복원된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작성됐는데 이게 잘못된 것이란 반론이 제기됐다. 경복궁의 다른 전각들에 걸린 현판들처럼 광화문도 검은색 바탕에 금색글씨를 썼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당시 문화재청은 기존의 도쿄대에 소장된 사진(1902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1916년) 등을 검토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복원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사진(1893년)이 나오면서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문화재청이 다시 분석한 결과 검은 바탕에 금색글씨로 결론이 났고, 결국 복원 8년만에 현판이 또다시 교체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번 교체로 반세기 넘게 지속된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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