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에 캐시서버 추가 설치할 수도"

제시카 리 아태지역 총괄부사장 밝혀
"국내 페이스북 이슈 잘 알고 있다"
"이용자 만족 최우선" 망 사용료 분담 시사
CJ헬로·딜라이브에는 캐시서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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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에 캐시서버 추가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품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 만큼 그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부담할 수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같은 이슈로 한국 이동통신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 간다.

제시카 리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미국에서 벌어지는 망중립성 논쟁과 한국의 페이스북 관련 이슈를 잘 알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는 일부 캐시서버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비스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설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딜라이브와 CJ헬로의 경우 자사 가입자용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자 지난해 11월 캐시서버를 증설했다. 이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했다. 다만 두 회사 이외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넷플릭스의 해외서버를 경유해야 한다.현재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페이스북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 서버를 경유해 데이터가 오가더라도 속도저하나 끊김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국내에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고, 고용량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 네트워크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캐시서버를 국내 통신사에 설치하면 이용자가 데이터를 받기 위해 해외까지 해저케이블을 타고 오가지 않아도 된다. 대신 통신사에 캐시서버 설치ㆍ운용비용을 내야 한다. 이 문제를 두고 현재 국내 통신사들과 페이스북이 갈등을 빚어왔는데, 넷플리스는 선도적으로 캐시서버 비용부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나이절 바티스트 넷플릭스 아태지역 파트너 관계 디렉터도 "우리는 해외에서 소비자에게 최적의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른 나라도 한국만큼 네트워크 품질이 갖춰진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는 망 사용료를 두고 고자세를 취해 오던 페이스북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캐시서버 설치ㆍ운용비용 분담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페이스북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이 최근 방한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나 "한국의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에서 기류가 바뀐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 국회ㆍ인터넷 이용자의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의 태도 변화는 구글 등 해외인터넷 사업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 간 협상은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기자와 만나 "(페이스북과의 협상에서) 아직 유의미한 결과로 볼 만한 것은 없다"며 "미국 본사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4K급 초고화질 영상은 물론 글로벌 음향회사 돌비 애트모스사와 합작해 최고 수준의 음향기술을 입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수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에서 '버퍼링(끊김현상)'은 소비자 구독 해지, 서비스 탈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딜라이브는 2016년 국내 최초의 넷플릭스 전용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셋톱박스를 내놓은 바 있다. CJ헬로는 지난 24일 출시한 셋톱박스 '헬로tv UHD 레드(Red)'에 넷플릭스를 기본 탑재했다. 넷플릭스의 초고화질 4K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돼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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