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괴물로 묘사되는 '티폰(Typhon)'이 그려져 있는 고대 도자기 모습. 티폰은 태풍을 영어로 표현한 단어, '타이푼(Typhoon)'의 어원으로 알려져있다.(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태풍 엘리노어의 위력이 중부 유럽 일때까지 떨치면서, 유럽도 더 이상 태풍안전지역이 아닌 것이 확인됐다. 사실 유럽지역은 워낙 고위도 지역에 위치한데다 열대성 저기압이 잘 발생하지 않는 대서양 동부일대에 위치해 태풍과는 거리가 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영어로 태풍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인 '타이푼(Typhoon)'도 원래 열대성 저기압을 의미하던 용어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 폭풍을 일으켰다는 괴물 '티폰(Typhon)'에서 온 말로 알려져있다.그래서 태풍을 부르는 각 지역의 용어 중에 유럽에서 어원이 된 말은 없는 편이다. 태풍연구센터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태풍의 연평균 빈도를 분석하면 동아시아 일대의 태풍이 38%, 카리브해 일대의 허리케인이 약 28%, 오세아니아 일대의 윌리윌리가 18%, 인도양 일대의 사이클론이 약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태풍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유럽과 남미일대가 손꼽힌다.
그래서 태풍이란 표현보다는 폭풍으로 쓰기도 하고, 강풍사고로 표현되기도 한다. 카리브해나 대서양 동부 중위도 일대를 기반으로 올라온 태풍의 경우에는 카리브해의 태풍표현을 빌려 '허리케인(hurricane)'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역시 대서양 서부에서 쓰는 말로 유럽지역에서 직접 쓰기에는 다소 생소한 말이다. 그만큼 그동안 유럽지역에 몰아친 태풍의 빈도가 매우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기증돼 축성을 받은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의 모델명인 '우라칸(huracan)'은 허리케인의 어원이 된 말로, 원래 카리브해 일대 서인도제도 원주민들이 태풍을 지칭할 때 쓰던 말에서 비롯됐다.(사진=AP연합뉴스)
허리케인이란 단어는 보통 스페인어 '우라칸(huracan)'이 어원으로 알려져있지만, 원래는 스페인인들이 16세기, 서인도제도 일대를 식민지화 한 이후에 카리브해 연안 일대 원주민들이 쓰던 말을 그대로 들여와 쓰면서 생긴 말이었다. 우라칸은 '폭풍의 신', '강대한 바람'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15세기 이후 대항해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태풍 관련 표현들은 주로 뱃사람들이나 무역업자, 식민지 플랜테이션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관심받던 단어였다. 아메리카의 플랜테이션과 아프리카의 흑인노예, 유럽의 자본을 세 축으로 하는 이른바 대서양 '삼각무역'이 늘어나면서 허리케인의 발생과 무역선 피해 여부는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됐다. 18세기 아시아 지역과의 교역을 통해 들어온 단어인 '태풍(颱風)'이나 사이클론, 오세아니아의 윌리윌리 역시 교역을 통해 들어온 외래어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으로 태풍에 난파된 무역선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템페스트(Tempest)' 역시 이런 배경에 나온 작품이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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