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ye] ‘응팔’ 정봉이네 동네, 1억원 ‘내 집 마련’ 언제까지?

주택복권 상징금액 1억원, ‘내 집 마련의 꿈’ 어제와 오늘…2014년까지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마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 Eye’는 부동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고 정부 정책의 흐름이나 시장 움직임을 분석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사진='응답하라 1998' 홈페이지 캡처

사진='응답하라 1998' 홈페이지 캡처


“4조에 3851만….” 스마트폰은커녕 인터넷도 생소하던 시절인 1980년대. ‘14인치 TV’를 통해 전달되는 주택복권 1등 추첨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였다. 복권 한 장당 500원, 당시로는 적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준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주택복권은 1969년 9월15일 첫 발행을 시작해 2006년 3월26일까지 이어졌다. 확률은 낮았지만, 당첨만 된다면 집 없는 서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존재였다. 1등 당첨금액은 꾸준히 상승해 5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 속에 각인된 주택복권(올림픽공원) 1등 당첨금은 1억원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네 집은 단칸 셋방에 살다가 주택복권 1등 당첨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양옥집의 주인이 됐다.

1억원은 지금도 큰돈이지만 집을 사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사실 1억원으로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셋집을 알아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1억원 안팎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차고 넘쳤다. 지역과 브랜드, 전용면적 등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1억원만 움켜쥐고 있으면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낼 삶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됐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지역에서 1억원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까지일까.

사진=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 4분기에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전용면적 59.67㎡ 한양아파트가 1억원에 거래됐다.

2007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35.1㎡ 한양아파트가 9700만원에 거래됐다. 2008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가 97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다.

2009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가 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로써는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나와 있는 물건 중 가장 싼 값이었다. 이때는 1억원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아파트는 점점 낡을 수밖에 없고 시장 흐름에 따라 가격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2010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가 1억2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011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가 1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012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가 9900만원에 거래됐다. 2013년 4분기에도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는 1억원에 거래됐다. 2014년 4분기에도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는 1억원 안팎에 거래된 사례가 있다.

2015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는 1억700만원에 거래됐다. 2016년 4분기에는 쌍문동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는 다소 높은 가격인 1억29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4분기를 기준으로 1억원은 쌍문동 한양아파트를 사기에는 다소 부족한 금액이다. 전용면적 28.71㎡ 한양아파트 실거래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매매가 이뤄진 사례는 1억2800만원이다. 다른 물건은 1억400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1980년대와 비교할 때 1억원의 가치는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응팔의 정봉이네, 덕선이네 동네에서 1억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1988년에 지은 낡고 작은 아파트라고 해도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달래줄 공간이다.

시대는 달라지고 사람은 변했지만 쌍문동의 어느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 주고자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