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야구인 정운찬

2013년 10월 합정동의 작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두산이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얘기에 반색했다. 그는 소문난 두산 팬이고 야구광이다.


"두산은 넥센한테 거의 지다시피했다가 이겨서 올라왔기 때문에 느긋한 면이 어느정도 있었고 따라서 즐겼기 때문에…두산의 수비는 완벽했어요. 레프트가 좋은 송구를 해서 이대형을 아웃시킨다든지…유희관이 3루에서 선행주자를 죽이는 배짱으로…"


정 전 총리는 야구를 주제로 '야구예찬(휴먼큐브)'이라는 책도 썼다. 이 책의 저자로 초대해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그는 미국 대학 교수 면접에서 야구 얘기를 70~80분은 했다고 한다. 책에도 나오는 얘기다. "야구를 많이 아니 미국 문화도 많이 알겠거니 하고 저한테 후한 점수를 줬다고 들었다."


정 전 총리가 좋아하는 메이저리거는 강타자 레지 잭슨이다. 악동 기질로 팬들을 자극했던 선수다. 정 전 총리는 "우리나라도 이제 색깔 있는 야구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전 KBO가 이사회를 열고 정 전 총리를 새 총재로 만장일치 추천했다. 총회를 통과하면 그는 내년 1월부터 3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게 된다.


동반성장론자인 정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우리 야구도 동반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은 공급이 반드시 수요를 창출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야구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KT가 합류하기 전부터 '제10구단'을 주장했다.


▲지자체의 야구장 소유 ▲신인 드래프트의 구조 ▲꿈나무나 아마추어의 야구ㆍ학업 병행 같은 문제를 둘러싼 여러 구상을 인터뷰에서 내비쳤다. 깊이 고민한 듯했다. 그 깊이만큼, 팬들의 기대가 클 것 같다.


동반성장은 결국 저변을 가다듬는 일이다. 퓨처스리그, 나아가 제도권 밖에서 분투하는 독립리그도 남다르게 돌아보면 좋겠다. 조시 해밀턴의 드라마같은 올스타전 홈런더비의 이면에는 독립리그도 있었다.


'열정에게 기회를!' 제도와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앉았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캐치프레이즈다. 무수한 '열정들'을 한국 야구 발전의 시너지로 승화시킬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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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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