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칼날 효성으로…재벌개혁 신호탄 되나

[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내달 중 법인과 동일인(총수) 고발 여부를 결정짓는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로 인한 동일인 고발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효성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법인과 동일인, 실무자까지 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의 고발 대상자는 효성과 효성투자개발 등 법인 2곳과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와 당시 실무자 등 4명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참여연대의 신고서를 받고 1년 이상 효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참여연대는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이 조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사실상 인수하는 방식으로 개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의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23조의 2를 위반한 것이다.

심사보고서에 대한 최종 심의는 내달 중 전원회의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조 명예회장에 대한 고발이 이뤄질 경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로 인한 동일인 고발의 첫 사례가 되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비슷한 사안에 대해 법인뿐만 아니라 동일인 고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엄정한 법 집행'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을 총수일가 사익편취로 고발했지만, 그 때는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이 고발 대상이 됐다.

이번 고발을 계기로 공정위는 유통ㆍ대리점, 프랜차이즈 등 서민경제 현안 위주의 사안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재벌개혁으로 본격적으로 방향성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재벌개혁이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고, 재벌들도 법 위반행위를 하면 다 고발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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