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 12월14일
'망 중립성' 표결 전망…폐기에 무게
인터넷사업자가 이용자 속도차별이나
우선접속 등 할 수 있도록 규칙 변경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결사반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의 심장에 기어코 대못을 박을까.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아짓 파이(Ajit Pai) FCC위원장이 다음달 망 중립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망 사업자의 인터넷 이용자 차별 행위를 금지시킨 2015년의 망 중립성 규칙을 폐기하기 위한 계획을 다음주 공개한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망 중립성이란, 망 사업자가 망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접근차단 금지·속도조절 금지·우선순위배정 금지가 핵심이다.
즉, A에게만 접속을 허용하고 B를 차단해선 안된다. 인터넷속도를 A에게 100Mbps, B에게는 10Mbps를 제공해선 안된다. 트래픽이 몰린다고 해서 A에게 먼저 접속할 수 있는 특혜를 줘서도 안된다.
망 중립성은 구글, 페이스북 등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성장했지만 접속료 외의 추가비용은 지불하지 않아도 됐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지론자들은 망 중립성이 "망 사업자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를 감소시키고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금지한다"고 말한다. 큰 돈을 들여 열심히 망을 깔아도 큰 돈은 플랫폼 사업자가 벌어간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2014년 866억달러였던 투자규모가 2015년 872억달러로 증가했다"는 반박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트위터 등 미국 내 인터넷 기업들이 속한 '인터넷협회(Internet Association)'은 지난 4월 파이 위원장을 공식 방문해 "현재의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망 중립성을 지지해온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역시 실리콘밸리와 합세해 망 중립성 원칙 유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망 중립성 폐기를 위한 표결은 FCC 정기회의가 열리는 12월 14일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연말 시즌 대중의 관심이 딴 곳에 쏠려있을 때 쟁점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표결의 결과는 미국을 비롯, 전세계 ICT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FCC는 인터넷 관련 정책의 글로벌 표준으로 기능해왔다.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논의가 물꼬는 텄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망 중립성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G시대를 앞두고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 UHD콘텐츠 확산이 예고된 상황이다.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망 중립성 완화를 통해 거대 플랫폼 등으로부터 별도 망 사용료를 과금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설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FCC는 망 중립성에 관한 시민 의견수렴을 홈페이지를 통해 받았는데, 2200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체로 망 중립성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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