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재선충병 ‘매개충’ 천적 확인…생물학적 방제 ‘희망’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 매개충의 천적이 확인돼 생물학적 방제에 희망을 갖게 한다. 재선충병은 1㎜ 내외의 실 같은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 조직 안에 침투, 수분의 흐름을 막아 생기는 병으로 한번 감염되면 감염목 100%를 급속하게 고사시킨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곤충분류 연구팀은 최근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의 애벌레를 공격하는 기생벌 4종이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재선충병은 지난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최초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 다수 감염목을 발생시키며 위세를 떨쳤다.

이에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마련해 방제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 결과 재선충병 피해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감염목 발생은 여전히 계속되는 실정이다.

감염목의 모두베기와 소각·분쇄, 예방주사, 약제 살포 등으로 방제를 하고 있지만 매개충에 의한 확산을 인위적으로 근절하는 데 한계가 따른 것이다. 또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가 최근 중북부지방에서 중부 이남으로 분포지역을 넓혀가면서 어려움도 뒤따랐다.하지만 매개충의 천적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생물학적 방제원인 천적을 활용, 북방수염하늘소의 성장 초기단계부터 재선충병을 방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러한 방법의 방제 연구가 시작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발견된 북방수염하늘소의 기생천적은 ▲‘가시고치벌(Spathius verustus Chao)’ ▲미확인 고치벌 일종(Braconidae sp.) ▲미기록 금좀벌과 일종(Heydenia sp. cf. testacea) ▲개미침벌(Scelrodermus harmandi (Buysson) 등 4종으로 모두 북방수염하늘소의 어린 애벌레(1-2령충)에 기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해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시고치벌’은 ‘북방수염하늘소’ 애벌레에도 기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매우 높은 야외기생율(최대 59%)을 나타내며 생물학적 방제원으로써의 높은 가능성을 보였다.

‘미확인 고치벌 일종’은 5월 말부터 북방수염하늘소의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6월 초순 이후부터는 ‘가시고치벌’이 점점 더 많이 나오는 양상을 보이며 ‘개미침벌’은 2006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소나무재선충 매개충의 기생천적으로 발굴돼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단 개미침벌의 실내 사육기술은 개발에 성공했지만 숙주곤충 종류가 광범위해 기생효율이 높지 않다는 한계로 현재로선 현장에서 실제 방제에 활용되고 있지 않다.

‘금좀벌과 일종’은 야외기생율은 매우 낮게 나왔지만 나무에 구멍을 뚫는 다양한 딱정벌레류 해충의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금좀벌 일종은 이번 연구로 한국에 처음 알려지는 기생벌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 곤충연구실 김일권 박사는 “연구를 통해 다양한 기생천적이 매개충의 애벌레를 공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특히 ‘가시고치벌’은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모두에 기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향후엔 가시고치벌 한 종만으로도 두 개 종류의 매개충 밀도를 친환경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 “재선충병처럼 감염 후 피해가 큰 해충을 방제하는 방법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이라는 그는 “발견된 4종의 기생벌을 모두 활용해 매개충의 성장 초기부터 개체수를 줄이고 기존의 인위적 방제법을 함께 사용한다면 재선충병의 발생률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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