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호황 그 이면…지표·체감경기 '괴리'

10월 수출 12개월 연속 증가세…반도체 수출 역대 2위 기록
삼성전자·SK하이닉스 好실적…주가 '고공행진'
고용, 반도체 호황 못따라가…코스피 최고치에 '개미' 수익률은 마이너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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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수출 증가세가 1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반도체발(發) 수출 호황'이다. 이들 기업은 3분기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내면서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표만 보면 눈부신 경기호황이 어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곳곳에선 '경기호전을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호황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역대 가장 높은 코스피 지수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과는 동떨어져있다. 숫자로만 확인할 수 있는 성장에 더이상 '낙수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은 449억8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한 수치로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한 자릿수로 줄었지만, 열흘 간의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출호조를 이끈 품목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69.6% 증가하며 역대 2위인 9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0월 큰 폭의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출 증가세를 이어나고 있다"며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 12월 중순 이후 무역 1조 달러가 달성돼 2014년 이후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반도체 사업에서만 9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0%로 역대 최고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3분기 역대 가장 높은 3조737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는 반도체 호황에도 여전히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분기 대비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3분기 성장률이 무려 1.4%에 이르지만 성장의 단물이 아래로는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소비는 가계소득, 고용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고용부진이 핵심이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 반도체 제조업의 전년 동기대비 취업자수 증가는 약 4000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수 증가(36만명)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대규모 장치 산업인 만큼 투자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코스피 2500'시대 개인투자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점도 체감 경기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지난달 10∼3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기간 중 분할ㆍ합병 상장 종목 제외)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이 -0.5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5.38% 상승했다. 지수 상승의 단물은 기관과 외국인의 몫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성장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고 IT산업의 특성상 고용량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대규모 수익을 벌어들이는 건 분명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벤처기업들을 키워내고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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