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홍종학 후보…反재벌서 '혁신경제'로 급변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경제정책연구소 자신의 블로그에 경제민주화 등 600여건 글 게재
최근들어 창업·혁신경영 등 카테고리 만들어 혁신전도사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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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김대섭 기자]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는 등 대표적인 반재벌 인사로 평가받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최근 들어 혁신경제 전도사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보자 지명을 앞두고 일종의 '색깔 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홍 후보자가 운영 중인 블로그 '경제정책연구소'를 보면, 홍 후보자는 앞서 내정됐다가 낙마한 박성진 전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말부터 '혁신경제'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글을 싣기 시작했다. 주로 창업 활성화와 혁신경제 등이 내용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그 전에 작성된 600여건의 글은 상당수 경제민주화, 성장진화형 진보, 한국경제 새판 짜기, 의정활동 등이 주제였고 그의 반재벌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홍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으로 중소ㆍ벤처기업 경험이 전무하고 현장 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많은데 후보자 내정에 앞서 이런 논란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법안은 일명 '홍종학법'으로 불린다.홍 후보자는 경제학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공동대표, 제19대 국회의원 등으로 활동할 당시 재벌 비판에 앞장섰다. 2011년 칼럼에서 "온갖 못된 짓을 한 재벌 회장은 처벌하지 않고,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을 내려 준엄해야 할 법을 엿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판검사들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썼다.

또 "한국의 거대 재벌이 기껏 자영업자들이나 울리는 조폭이 되어버린 것도 경제적 동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창조력을 발휘하는 기법을 포기한 탓"이란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러나 홍 후보자의 최근 글에선 이런 '날 선'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그는 '혁신경제-생존을 위한 혁신, 이스라엘'에서 "혁신을 위해서는 질문을 하는 조직부터 만들어야 한다. 축적된 혁신의 동력을 꿰뚫어보는 시선을 가진 혁신가를 만났을 때 비로소 혁신은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 지명은 박 전 후보자 낙마 38일 만에 이뤄졌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중기부 초대 장관으로 취임하면 현 정부 초대 내각의 정치인 출신 장관은 총 7명으로 늘어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경제 전문가로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ㆍ벤처기업 중심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초대 장관으로서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중소ㆍ벤처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정거래 확립과 대ㆍ중소기업 협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인 발탁 이유에 대해 박 대변인은 "교수나 관료, 정치인 다 포함해서 봤는데 그중에서 홍 후보자가 경제 전문가로서 (장관직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과 철학을 갖췄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런 경력을 이유로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의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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