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우선순위서 밀려…협상옵션서 배제한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했다.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국 백악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관련한 논의를 당분간(for now)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 의회에 알려왔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ㆍ위스콘신)을 비롯한 의회 핵심인사들은 정부 내에서 한미 FTA 폐기 문제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고받았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 내부에서 폐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누설됨에 따라 폐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말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논의는 백악관 내부에서 시작됐지만, 미 무역대표부(USTR)와도 발맞춘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한미 FTA의 개정(amendments)협상을 희망한다"고 언급해,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withdrawal) 발언에서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의 언급이 개정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미 의회와 상공회의소, 농축산업계 등의 강한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북한의 6차 핵도발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FTA 폐기 안건이 다시 테이블에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관련 논의가 영구적으로 중단됐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긴급한 우선순위에서 고려되지 않을 뿐, 협상 옵션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수개월간 한미 FTA에 대한 백악관의 혼재된 메시지가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언급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무역파트너들의 짜증을 높일 수 있다(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간 경제지 포브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폐기를 검토 중인 이유는 심술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대외정책이나 경제적 관점 어느 면으로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역시 앞서 WSJ 기고문에서 "서울과의 싸움은 미국을 패배자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2일 미국측의 요구에 따라 서울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일 무역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여러 가지 카드를 갖고 있다"며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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