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송유관 밸브를 차단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북한과 사이에 송유관을 두고 연간 52만t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단둥 바싼 유류저장소에서 북한 평북 봉화화학공장까지 약 30km 길이로 연결된 송유관은 북·중관계가 긴밀했던 1975년 완공 이후 북한의 대표적 원유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했다.중국과 북한 잇는 ‘우의’의 상징
송유관의 공식 명칭은 '중조(中-朝)우의 송유관'으로 양국의 오랜 우호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해외수출 목적 송유관으로 시설 완공에 앞서 1971년 중국이 북한과 체결한 ‘중요물자 상호원조협의’에 의거, 매년 약 50만t의 원유를 지원하는 창구가 됐다.
직경 37.7㎝의 단둥-피현 구간의 송유관은 중국 다칭유전에서 동북지역 전체로 원유를 수송하는 총연장 2471㎞ 송유관의 지선에 속한다. 1970년 저우언라이 총리의 지휘로 다칭유전서 생산된 원유를 동북지역에 보내는 ‘8.3공정’ 건설계획에 따라 동북지역에 들어선 ‘8.3저유소(바싼 유류저장소)’는 1976년 1월 통유식을 갖고 북한에 처음 기름을 보낸 뒤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압록강 국경지역 위성사진. 왼쪽이 중국이고 오른쪽이 북한이다. 사진에 보이는 압록강 밑으로 중조우호송유관이 매설되어 있다. 사진 = Google earth
북한 원유기술, 중국이 전수한 것?
중국 다칭유전에서 보낸 원유가 단둥을 거쳐 북한 봉화화학공장에 도착하면 정제처리가 이뤄진다.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정유공장인 봉화화학공장 역시 중국석화(石化)공정건설의 기술지원으로 설립됐다. 봉화화학공장의 원유 처리능력은 약 150만t으로 고난의 행군 이후 중국으로부터 원유수입량이 50만t에 그쳐 현재 공장 가동률은 30% 선에 머물고 있다.
조중우호송유관 현황.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시설 노후화, 끊고 싶어도 못 끊는 ‘뇌관’
매설된 지 40년이 지난 중조우의송유관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일례로 다칭유전에서 단둥까지 철도탱커를 통해 원유를 공급하는 것도 해당 구간의 시설 노후화 때문이라는 현지 관계자의 지적은 노후화 위험성에 대한 지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송유관이 지나는 만주의 혹독한 기후 변화로 인해 송유관 곳곳에 균열로 인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중국석유가스천연공사(CNPC, 이하 중국석유)와 단둥시 정부는 2015년 압록강 하저의 조중 송유관 파손에 따른 기름유출 사고에 대비한 가상 원유 회수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다칭유전에서 생산된 원유의 성분 또한 송유관을 잠글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파라핀계 탄화수소 함량이 높은 다칭유전의 원유는 기온 변화에 민감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엔 쉽게 응고되므로 중국에서 흘려보낼 때 섭씨 89℃ 열처리를 가한다. 출발지 온도가 65~70℃이고 도착지 온도는 항상 28℃를 유지해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만주벌판의 혹독한 추위와 압록강 하저의 냉기로 기름이 굳게 되므로 마쓰에서 가압작업을 거친다. 중국석유 측은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의 경우 직경이 37.7㎝에 불과해 기능유지를 위해서라도 일정량의 원유를 보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름철에는 최당 8시간, 겨울철에는 2시간이 최대 정지시간이며, 기름을 보내지 못할 경우 기능유지를 위해 항응고제를 흘려야 하는데 그 가격이 기름보다 높아 주객전도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송유관 기능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송유량은 연간 60만t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연간 52만t을 북한에 보내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쉽게 송유관 밸브를 잠그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편 북한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피터 헤이스 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은 중국의 평양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며 “북한과 관계가 아무리 악화되도 중국은 원유를 차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