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최대 관건 '변별력'…포기해도 된다 VS 안 된다

수능개편, 변별력 보완 장치 반드시 필요
학생 선발은 대학의 몫… 어떤 교육할지 논의 우선돼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휴대용 선풍기를 쐬며 수능 고득점 및 대학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휴대용 선풍기를 쐬며 수능 고득점 및 대학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교육부가 2022학년도부터 실시하는 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 도입 확대가 확실시되면서 변별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학생 선발은 대학의 역할이기 때문에 수능의 변별력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입시 경쟁 완화를 넘어 어떤 교육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021학년도로 예정됐던 수능 개편안 발표를 1년 뒤인 다음해 8월 말로 미루고 대입제도 전반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앞서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으로 제시한 수능 개편안이 예상 이상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변별력 논란이다. 사교육업체들은 2015학년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전 과목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이 1140명에서 10배 이상인 1만483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1일부터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수능개편안 공청회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공청회 패널과 청중들은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변별력이 약해져 학생부 요소를 정시에도 반영할 수밖에 없으며, 내신 사교육 팽창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공청회에서 청중들이 전 과목 상대평가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공청회에서 청중들이 전 과목 상대평가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변별력 보완 장치 반드시 필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가했던 이범 교육평론가는 "대입 전형 관리 차원에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정시 변별력 확보 등을 고려한 3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점자에 한해서 원점수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경우 결국 대학이 학생들의 원점수를 확인할 수 있어 상대평가 체제 하의 줄세우기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정시에 고교 내신성적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송 대표는 "동점자에 한해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중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과목의 내신을 반영하면 변별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내신 학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또한 현 정부의 공약대로 내신 절대평가마저 도입될 경우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면접을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교생활에 대한 질적 평가에 기초한 면접을 추가하는 것도 변별력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수능만으로 무한히 줄 세우는 과잉 변별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면접을 위한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으며, 사실상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수도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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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은 대학의 몫, 수능 개편의 핵심 아냐"
변별력 자체는 수능 개편 시 최우선으로 고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현 수능제도는 일부 대학의 학생 선발의 편의성 제공을 위함일 뿐 이를 반드시 국가에서 보장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입학팀장을 맡았던 주재술 UNIST 리더십센터 팀장은 "현 수능 제도는 일부 대학의 학생 선발 편의성 제공을 위해 있는 것 같다"며 "적게는 한 두명, 많아야 수십명을 뽑기 위해 수십만명을 소수점 수준까지 계산해 줄 세우는 모습이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생존과 경쟁력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수능의 변별력은 대학 내부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주 팀장은 "해외 명문대학들도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한국 역시 우수한 학생을 뽑는 역량이 대학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 변별력이 부족하다 해도 대학들은 적응하고 필요한 선발 방법을 고안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학교/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버드대학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험 '점수'에 매몰되지 않은 선진국의 대입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은 표준화시험(IB나 A-Level)과 자기소개서 만으로 정원의 일정 배수를 뽑은 뒤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은 선행학습과 전혀 무관하다.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정답 없는 난제가 대부분이다. 질문하는 교수도 정답을 모르는 난제를 제시한 뒤 접근하는 사고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 하버드 등 미국 주요 대학은 면접의 영향력이 적다. 온라인 대입지원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5개 이상의 수상실적, 10개 이상의 비교과활동, 수많은 에세이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주요한 부분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은 면접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비교과와 에세이로 최종 선발을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만 도달하면 표준화시험이나 내신, SAT 등 시험 점수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점수를 최소한으로 활용하면서 각각의 대학들이 스스로 우수한 학생 선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모습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어느 한 가지로도 온전하게 학생을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을 진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측정의 오차, 평가도구의 타당도와 신뢰도 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시험점수 차이가 곧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 차이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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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보다 어떤 교육을 할지에 대한 고민 우선돼야
현재의 수능 개편 논의는 지나치게 변별력에 치우쳐 '어떤 교육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이 소장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의에는 무슨 능력을 기르도록 하겠다는 논의가 사라졌다"며 "이 상황에선 절대평가를 도입해 경쟁이 덜 치열해질 수 있지만, 같은 종류의 문제를 풀고, 같은 종류의 능력이 길러질 것이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능력이 길러질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똑같은 수업과 시험을 두고 논의하기 보단 새로운 시험과 그에 맞는 교수법, 교육환경 등 교육 제도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 소장은 "핀란드가 국가교육과정을 10년에 한 번 바꿀 동안 한국은 18번 개정했다. 정작 학생들은 교육과정상의 목표와 무관한 지식 암기식 능력만 길러왔다"며 "정권에 따라, 변별력에 치우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과정의 목표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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