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4000원대까지 하락해도 찾는 사람 없어
소비자들 "그렇게 가격 안 내릴 때는 언제고"
살충제 파동 이후 대형마트 계란 매대 모습.(사진=아시아경제 DB,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에그포비아(계란과 공포증의 합성어)'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계란값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도·소매가 모두 20%가량 뚝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은 잘 없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30개들이 계란 한 판(중품 특란) 평균 소매 가격은 6146원으로 살충제 파동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7595원에 비해 1449원(19.1%) 떨어졌다. 계란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aT는 지난달 15일 사태 발생 후 16, 17일 이틀 동안은 계란 평균 소매가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의 연이은 취급 중단,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른 판매 재개 등 시장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공표된 소매가는 18일 7358원, 21일 7445원으로 잠시 들썩이다가 이후 계속 내렸다.
도매 가격 역시 급감세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데이터를 보면 지난 14일 1881원이었던 특란 10개 도매가는 지난달 31일 1460원으로 22.4% 곤두박질쳤다.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계란 한 판 가격을 6000원대 중반으로, 또 5000원대로 두 차례나 내렸지만 수요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부 소매업체는 쌓이는 재고 처분을 위해 4000원대까지 할인해 내놨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9000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최정수(36·남)씨는 "(살충제 파동 전) AI 이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사먹었는데, 이제 아예 계란을 끊었다"며 "안전성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값이 아무리 내린들 사먹기 싫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의 오모(64·여)씨는 "가격을 그렇게 올릴 때는 언제고 아쉬워지니 할인에 나서는 것 같아 괘씸해서라도 안 먹는다"고 지적했다. 살충제 파동이 터지기 전 일각에선 계란 가격 하락세가 더딘 이유로 유통 과정상의 문제를 꼽기도 했다. 여름철 수요 감소와 산지가 하락 등 계란 소매가 인하 여지가 생겼는데 일부 생산·유통업자들이 혼란기 잇속을 챙기고자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일부러 유지했다는 의심이다.
그러나 조만간 사태가 진정되면 계란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리란 전망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은 국내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이 소비된다"며 "계란 혐오에 따른 수요 위축은 한 달 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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