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수주전 불붙었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수주전이 달아올랐다. 일부 단지 수주전에서는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부문이 타격을 받게 되자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뛰어난 강남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10월까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13개 단지에서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다. 공사비만 6조6000억원이 넘는다. 수주전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섰던 삼성물산이 손을 놓은 사이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12월 서초구 무지개(그랑자이) 재건축 수주전을 마지막으로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본입찰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의 빈자리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내세워 서초구 방배5구역(공사예정금액 7492억원)과 강남구 일원대우(530억원)에 단독 응찰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사업장이 잇달아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조6411억원)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반포주공1단지는 입지나 규모면에서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현장설명회에도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가 총출동했다.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를 시공해 주택시장에서 브랜드가치를 높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조합과 공동사업 시행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조달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입찰에 참여하려면 보증금 1500억원이 필요하고 공사비도 건설사가 투입해야 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금 여력이 있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도 2014년부터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오랫동안 반포주공1단지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에서 반포 지역 재건축을 담당했던 부장을 영입해 반포주공1단지를 전담시켰다. KB국민은행과 조합원 이주비와 중도금 집단대출 등 8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협약도 맺었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입찰 마감은 다음 달 4일이다.

롯데건설이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계속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롯데건설은 올해 3월 강남구 대치구마을 2지구, 6월 방배14구역·청담삼익을 잇따라 수주했다. 자신감을 얻은 롯데건설은 방배13구역(5753억원)에 이어 신반포13차(899억원)·14차(719억원)·15차(2089억원)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4696억원) 입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대우건설과 맞붙은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수주 전인데도 이례적으로 조합 측에 제안한 사업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신반포 15차 조합은 다음달 9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투표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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