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래동화 기틀 마련한 ‘붉은 저고리’ 만난다

한글 전래동화 ‘100년 역사’ 한눈에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한글 전래동화 100년’展 개최
8월 8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붉은 저고리(창간호)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붉은 저고리(창간호)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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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최남선(1890~1957)은 우리 민족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옛 이야기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봤다. 1913년 당시 23살의 청년 최남선은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 창간호를 발행했다. 여기에 실린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는 현재 한글 전래동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긴다. 또한 같은 해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 2호에 옛이야기를 모집하는 광고를 최초로 게재한다. 이 같은 모집 운동은 향후 한글 전래동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남선이 발행한 ‘붉은 저고리’ 창간호가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기획특별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을 오는 8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연다. 옛이야기가 한글 전래동화로 발전했던 지난 100여 년 역사를 총망라한 특별전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전시자료는 동화책, 민담집, 음원 등 총 188건 207점이 공개된다.
조선동화 우리동무(1927, 상단), 조선동화대집(1926, 왼쪽 아래), 조선동화집(1924)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조선동화 우리동무(1927, 상단), 조선동화대집(1926, 왼쪽 아래), 조선동화집(1924)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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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개화기부터 1990년대까지 한글 전래동화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전시장은 1부 ‘한글 전래 동화의 발자취’, 2부 ‘한글 전래동화의 글쓰기’, 3부 ‘한글 전래 동화, 더불어 사는 삶 이야기’로 구성된다. 한글 전래동화가 지난 100여 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보고, 그 가치와 의미를 확인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불안한 여건 속에서 발전했다. 김미미 학예연구사는 “개화기에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일제강점기로 인해 나라가 위태로워지면서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들을 교육할 필요성이 커져 그 일환으로 어린이 문학이 대두됐다. 한글 전래동화가 지닌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시에 공개되는 1922년 ‘개벽’ 26호에 방정환(1899~1931)은 “동화는 그 민족성과 민족의 생활에 근거하고, 그것이 다시 민족근성을 굳건히 하고 새 물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 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전시품 중에는 최초 공개되는 희귀본 도서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초 한글 전래 동화집인 심의린(1894~1951)의 ‘조선동화대집’ 초판본(1926), 최남선이 서문을 쓰고 이상범(1879~1972)이 삽화를 그린 ‘조선동화 우리동무’(1927), 민속학자 송석하가 서문을 쓴 박영만(1914~1981)의 ‘조선전래동화집’(1940) 등이 공개된다.

또한 조선총독부가 식민지배를 위해 전국의 신화, 전설 등을 조사한 보고서 ‘전설동화조사사항’(1913),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최초의 전래 동화집 ‘조선동화집’(1924), 다카하시 도루(1878~1967)의 ‘조선물어집’(1910) 등 일본어 자료도 있다. 이외에 개화기 때 선교사로 활동했던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1843-1928)의 ‘Korean Fairy Tales’(1922 재판본) 등 외국서 발간된 영문 전래동화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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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사진=김세영 기자]

전시장 전경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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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한글 전래동화집도 직접 읽어 볼 수 있다. 최초의 한글 전래동화집인 ‘조선동화대집’(심의린, 1926)을 비롯해 ‘조선동화 우리동무’(한충, 1927), ‘조선전래동화집’(박영만, 1940)에 실린 전래동화 171편의 원문을 디지털 자료로 공개한다.

살아 있는 전래동화의 ‘글맛’도 느껴볼 수 있다. 전시장 2부에서는 김복진(1909~1950)의 구연동화 ‘혹 뗀 이야기’(콜럼비아레코드사 1934), 윤석중(1911~2003)이 작사한 동요 ‘흥부와 제비’(Victor레코드사 1937), 강태웅 감독의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1967) 등 다른 분야와의 글쓰기 비교를 통해 전래동화의 글맛을 살펴본다.

전시장 3부에서는 ‘효’, ‘우애’, ‘사랑’ ,‘지혜’, ‘모험’, ‘보은’, ‘동물’, ‘도깨비, 귀신’의 여덟 가지 주제별로 대표적인 전래 동화를 소개한다. 전래 동화 속 다양한 배경을 영상으로 구현해 동화 속 이야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미처 몰랐던 한글 전래동화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전래동화는 단순한 어린이 문학이 아닌 민족의 소중한 옛이야기를 후대에 전하는 문화 전승자로서 그 역할을 다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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