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세기의 재판'이라고 부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핵심임원 5명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의 변론절차가 7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2월28일 특검팀이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이들을 재판에 넘긴 뒤 160일 만이다. 결심공판은 검사 측(특검팀)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재판부에 구형의견을 밝히고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을 재판부가 청취하는 절차다. 결심공판을 마치면 재판은 선고만을 남겨두게 된다.
박 특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2시부터 열리는 결심공판에 직접 출석해 구형의견과 논고 등을 진술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마지막으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40분 분량의 PPT 자료를 법정 내 스크린에 띄우고 이 부회장 등의 범죄사실 및 유죄의 근거를 주장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 측 또한 변호인단이 총출동해 PPT 발표로 맞설 방침이다. 첫 재판때와 같은 불꽃튀는 'PPT 공방'이 재현되는 것이다.
삼성의 자금이 최씨 측과 재단 등으로 흘러들어간 건 사실이다. 관건은 뇌물죄의 근거가 되는 대가관계를 재판부가 인정하느냐다.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은 지난 주 공방절차를 통해 핵심 혐의인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청을 정유라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은 일개 체육단체, 그중에서도 비인기스포츠인 승마협회 인수를 (이 부회장 독대 때) 요청했다"면서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 이런 지시를 듣고서 단순한 협회 인수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아울러 정씨의 '공주승마' 의혹이 국회에서 불거지고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최씨가 비선실세라는 논란이 불거진 점, 삼성 임원들이 최씨 측 인사들을 여러차례 접촉하고 박 전 사장이 정씨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최씨 측 인사들에게 물었던 점 등을 근거로 주고받은 돈이 대가성을 전제로 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지원'이라는 말을 했는가. 공소장에도 (그런 말은)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돕는 대가로 정씨 지원을 요청했다면)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 할 이유가 없다"고 특검팀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고간 돈을 뇌물로 규정하기 위해 특검팀이 '가상의 틀'을 만들어 사건을 끼워맞췄다는 게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각종 지원행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일이 없으며 삼성합병 또한 미전실이 알아서 진행한 일이라고 피고인신문에서 주장했다.
이 부회장 경영승계 등 삼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지침을 담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의지 및 사안에 대한 인식 정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의 관계성 등을 재판부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지난 달 12일 법정에 깜짝등장해 쏟아낸 증언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정씨는 당시 ""지난 6월 승마 코치였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전화로 물어봤다"면서 "'말을 교환하기로 한 바로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엄마(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전무 세 분이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녹음파일도 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또한 "엄마가 말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삼성이 바꾸라고 한다'고 했다"며 "어떻게 (삼성이 말 세탁을) 모를 수 있었는지가 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특검팀의 구형과 피고인 측의 진술절차가 모두 끝난 뒤 1심의 최종 선고기일을 지정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가 오는 27일인 만큼 그 전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지정함과 동시에 선고공판을 생중계할지도 결정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최근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달부터 1ㆍ2심 주요 사건의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게 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공판을 포함해 152일 동안 총 53회의 공판과 3회의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관련자 59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법정에서 이뤄졌고 3만쪽에 달하는 사건기록을 검토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마지막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는 재판을 직접 보려는 수십여명의 방청객들로 전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아침에는 법원청사 출입구 앞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는 사람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법원은 그동안 선착순으로 주요 재판의 방청권을 배부해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